기업인 소환에 회의론도 제기···증인 채택 대폭 줄수도 ‘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국정감사 증인 리스트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마다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27일 국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회 각 상임위에서 국정감사 증인 채택 협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번 주말까지는 대강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토위로 접수된 증인 출석 신청서에는 각 의원실에서 중복으로 요청한 경우까지 포함해서 10대 건설사 CEO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은 일찌감치 이번 국감에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을 주요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파트의 라돈 검출 문제와 함께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지난 7월부터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의 라돈 검출 문제를 제기하며 입주 예정자들과 함께 포스코건설을 압박해 왔다.
이외에도 올해 목동 빗물 저류배수시설, 중부내륙철도 현장 등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해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는 현대건설의 박동욱 사장도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현대건설은 3년 연속 CEO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서게 된다.
지난해 라오스 댐 붕괴 사고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SK건설의 안재현 사장도 국감 소환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지적을 받은 대림산업의 이해욱 회장도 증인 후보로 거론된다. 이 회장은 최근 3~4년간 국감 증인으로 꾸준히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대우건설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사업에서 특혜를 누렸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으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고, GS건설도 하도급 문제로 증인 채택 여부가 논의 중인 상황이다.
최근 후계 승계 이슈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의 오너들이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될 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오너와 CEO들의 일정이나 대관팀의 활동 등으로 이 중 상당수는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에서는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건설사 CEO들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으로 건설사 CEO 1~2명만 국감장에 나가게 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건설업계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매년 국감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출석한 CEO들에게 제대로 된 질문보다는 호통치고 망신 주기 급급한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가지 CEO 출석 요구서 등은 오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요청하면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라면서도 “증인으로 출석하는 게 실익이 없는 만큼 가능하면 증인 명단에서 빠질 수 있도록 대관팀이나 실무자 선에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 시즌마다 기업인 소환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17대 국회는 52명, 18대 77명, 19대 124명으로 기업인 증인 채택이 늘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매년 120여 명 상당의 기업 CEO가 국회로 소환됐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국정감사를 받아야겠지만 대부분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무르고 호통만 치지 않느냐”면서 “실무자도 아닌 CEO나 오너들을 불러 망신만 주는 관행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