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가라앉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올해 2% 안팎의 성장률에서 내년 1%대 추락도 점쳐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대외 악재들이 지속적인 경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2개 경제전망 기관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0%, 내년 2.2%로 나타났다. 내년 성장률이 지난달 집계치 2.3%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1%대를 내다본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적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1.8%로, 내년 전망치는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올해 1.8%, 내년 1.7%로 예측했다. 국내에서는 LG경제연구원이 올해 2.0%에서 내년 1.8%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7월 내놓았던 올해 2.2%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공식 언급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후퇴하면서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이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 경기의 반등도 지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는 갈수록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경기 선행·동행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유엔 또한 글로벌 경제의 본격적인 침체를 경고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9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1.7%)을 기록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세계 경제 엔진인 중국의 성장 둔화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개방구조인 한국 경제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성장률이 0.5∼0.8%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파괴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은 또 다른 타격이다.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인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 1%대 저성장의 고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현 정부 출범 후 민생지수가 평균 91.2로 노무현 정부(101.5) 이후 가장 낮다”며 “경제정책을 시장중심으로 빨리 전환하지 않으면 1%대 저성장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설계자다. 그가 정부 경제정책의 실기와, 시장생태계를 무시한 대처가 위기를 불러오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대외 변수나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이를 극복하고 해소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두어져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그럴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