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을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 공소장에 대해 크게 3가지로 나눠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의 문제로 △실행행위자의 형법적 평가 누락 △공소장 일본주의 △상법상 일반 회사인 그린에너지개발에 대한 피고인들의 영향력 행사가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지 여부로 분류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법관에게 피고인의 유죄를 예단하게 하는 것은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먼저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지시를 받은 실행행위자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아래의 수많은 도움이 없었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그런데 이 사람들의 형법적인 평가가 빠져 있고 특히 피고인의 수족이 돼서 충실히 이행한 사람들이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로 기재된 부분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공모 경위, 실행 행위, 진행 경과에 관한 공소사실 구성 요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이 너무나 많다"며 "감정 상태가 여과 없이 드러나고, 따옴표로 표시해 대화 내용을 그대로 쓰는 건 판사 생활 20년을 했지만 이런 공소사실은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 전 비서관이 화나 여러 차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는데 적절한지 의문스럽다"며 "피고인들의 인상을 나쁘게 하려고 기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달 29일 오전 10시에 2차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고 양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들은 2017년 12월~2019년 1월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결국,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김 씨가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지난해 2월 물러나게 한 뒤 친정부 성향인 박모 씨를 후임자로 임명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이 박 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면접 심사에서 대상자 전원을 불합격 처리하는 등 선발을 백지화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이 사죄하며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작성하게 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의 17개 공모직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ㆍ장관 추천 후보자에게만 면접 자료 등을 제공하는 등 채용 비리에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