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는 가운데 일본 주요 고객사 중 80%는 여전히 화웨이와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지난 5월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린 후 4개월이 지난 9월 중순까지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는 일본 50여개사의 거래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1일 보도했다. 대상은 화웨이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서플라이어 약 30사와 스마트폰 등 화웨이 제품을 조달하는 약 20개사다.
신문에 따르면 조사 시점에 화웨이가 블랙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 거래를 완전히 끊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거래 상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기업을 제외해도 전체의 약 80%가 화웨이와의 거래를 계속하고 있었다.
화웨이는 일본에서 연간 7000억 엔(약 7조7570억 원) 규모의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소니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공급, 연간 약 8000억 엔의 관련 매출 중 화웨이로의 수출은 약 20%로 추정된다.
미국 수출관리법은 외국의 거래도 규제하는 ‘역외 적용’이 특징으로, 미국 기업의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원칙적으로 25% 이상 포함되면 일본 등 해외 제품도 금지 대상이 된다. 소니는 이 ‘25% 룰’에 저촉되지 않는지 신중하게 조사를 한 결과 자사 기술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파나소닉은 전자 부품과 제조장치 부품, 무라타제작소는 전자회로 내 전압을 안정시키는 콘덴서를 공급하고 있는데, 모두가 미국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납품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기업 입장에서 화웨이는 큰 고객인데다 장래도 유망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팔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신규 거래를 포기하거나 납품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경우는 있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안보 문제 때문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감시망에 걸릴까봐 제안을 거절했다”고 했다.
신문은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만큼 일본 기업들이 리스크를 신중하게 파악하면서 성장이 유망한 중국 기업과 거래를 계속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