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수 5인의 '내 집 in 서울' 조언…"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늦지 않았다"
“서울에 집 사서 몇 억원은 벌었죠”. 서울 집값 오른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서울 외 지역민은 고민한다. 샘도 나고, 나도 사야할 것 같은 충동도 생긴다. “서울에 집을 사야 하나?” “970만 명의 서울 인구 (2018년 기준, 967만3936명) 틈바구니 속에 끼어야 하나?”
그러나 막상 서울에 집을 사려고 결심해도 고민은 끝이 없다. “너무 늦게 산 건 아닐까?” “이미 오를 때로 올랐는데 상투 잡은건 아닐까?” “집값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이투데이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서울에 집을 사야 합니까?”.
숫자로 뒤덮인 통계놀음이 아니라 ‘뼈 때리는’ 현실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최근 부동산 저서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저자 5명을 만났다. 공인중개업계에 이름을 날린 이부터 평범한 직장인에서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이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경제·심리 상태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스로 집을 장만할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선택할 일만 남았다. 살까? 말까?
경기 수원에 사는 8년차 직장인 A씨(39). 마흔을 앞둬서 그런지 갈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가장 큰 고민은 집이다. 2년 전 결혼했을 때 3억 원 가까이 들여 전용면적 59㎡짜리 S아파트를 장만했다. 지난달에 같은 아파트의 같은 평수가 4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A씨는 수원을 떠나 ‘in 서울’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서울 을지로로 출퇴근 해야 하는 시간도 단축하고 싶고 자녀 교육도 계획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 집값이 지금 정점이라는 얘기도 신경이 쓰인다. 서울에 지금 집을 살까.
더 늦기 전에 서울에 집을 장만해야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지금 당장 서울의 공인중개사부터 찾아가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어차피 우상향이다. 서울은 이미 지리적 개념에서 벗어났다. 교육·기업·문화·금융이 모여 있는 선망의 지역으로 변모했다. 집을 소유하면서 동시에 자산도 늘리고 싶은 ‘서울 드림’(아메리칸 드림을 빗댄 말)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 됐다.
내년에 경제가 더 어렵다고 한다. 집값은 정체될 수 있다. 그러나 10년, 15년 길게 보면 집값은 올라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꼭지’에 아파트를 잡았다고 한탄하던 이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집을 그대로 갖고 있다면 지금은 웃고 있을 것이다.
‘다음번 불황이 와 집값이 떨어질 때 사야지’란 생각은 누구나 한다. 나한테까지 기회가 올까. 불황 때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팔릴까. 아니다. 서울에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금이 사야 할 때다.
그럼 어디에 집을 사야 할까. 직주근접, 교통망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서울에서 직장이 몰려 있는 곳은 강남·광화문·을지로·여의도·영등포·마포 등이다. 이 지역에 집을 구하면 좋겠지만 비싸다.
방법은 이곳까지 최대한 짧은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교통망을 찾는 것이다. 신안산선과 같은 광역교통망이 대표적이다.
동탄역 사례를 보면 SRT를 타고 수서역까지 15분, 수서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면 양재역·교대역까지 총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동탄역 인근의 30평대 아파트 매매값이 8억 원 수준인 것도 교통망 효과가 크다. 교통망이 좋은 지역도 부담된다면 한 번 환승할 수 있는 지역을 차선으로 살펴보자.
신안산선 공사가 최근 시작했다. 노선은 여의도-영등포-도림사거리-신풍-대림삼거리-구로디지털-독산-시흥사거리-석수-광명 등이다. 눈여겨보자.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빌라 중에서도 아파트보다 몸값이 비싼 경우가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한 빌라는 작년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덩달아 비싸졌다. 땅값이 비싸지니깐 빌라 가격도 오른 것이다. 빌라 투룸이 작년에 2억~3억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억~5억 원대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 고민을 하기 전에 먼저 체크해야할 게 있다. 자신의 재무상태를 냉철하게 파악할 것. 스스로 솔직해질 것. 의심은 거둘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마음에 걸린다면 아직 준비가 안된 것이다.
가장 먼저 재무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해 돈을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은행 대출까지만 받을 것인가. 이것부터 결정해야 한다.
답부터 얘기하자면 후자를 택해야 한다. 영·끌로 서울에 입성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은 초저금리 상태로 은행 대출 이자도 낮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만큼은 아니다. 지금 생활이 유지된다면 버틸 수는 있다.
그러나 늘 ‘최악’을 준비해야 한다. 은행 대출 금리(고정금리가 아닌 경우)가 갑자기 치솟을 수 있고, 경기가 악화하면 고용 보장이 안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도 집을 계속 안고 갈 체력(자금)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부부의 맞벌이 소득이 월 600만 원이라고 했을 때 절반은 생활비로 쓴다고 치자. 나머지 300만 원은 저축할 수 있는 자산인데, 이 여윳돈에서 대출 원리금이 3분의 2를 넘어가면 안 된다. 3분의 1만큼의 버퍼(완충장치)를 남겨두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재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 서울에 집을 사기로 했으면 자신에게 한 번쯤 물어봐야 한다. 솔직해져야 한다. 집을 사고 집값이 1억 원 떨어져도 괜찮을까. 만약 버틸 수 없다는 자답이 나오면 서울 입성은 재고해야 한다. 서울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이 큰 만큼 변동성 역시 크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집값에 휘둘릴 것 같다면 마음을 접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서울에 집을 사기로 결정하고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다면 이제 가격, 시장 상황 모두 잊어야 한다. 타임캡슐을 땅에 묻고 10년 후에 열어 본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서울에 있는 집은 지금 사야 한다. 서울 생활을 위해 집이 정말 필요하고, 자산 증식을 꿈꾼다면. 본인 재무 상태 기준에서 최대한 좋은 집을 골라야 한다. 이렇게 알아보는 과정이 귀찮다고 느껴진다면, 아직 ‘서울 드림’을 이룰 준비가 안된 것이다.
집을 살 준비가 됐나요?
※ 도움주신 분(가나다 순)
*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2019~2029)’ 저자 김장섭(조던)
*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 저자 너나위
*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저자 조영광
* ‘이기는 부동산 투자’ 저자 월전쉽(제갈량)
*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