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실상 계엄령’에 시위 더욱 격화…금융허브 지위 잃나

입력 2019-10-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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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금지법 도입 첫날, 수천 명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외국계 금융기관의 홍콩 기피 움직임 확산

▲홍콩 시위 참가자 한 명이 5일(현지시간) 홍콩 전철역에 있는 ATM 기기를 망치로 부수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사실상의 계엄령을 발동하면서 시위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내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금융허브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반정부 시위 더욱 거칠어졌다. 전날 홍콩 정부가 반세기 만에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도입한 게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홍콩 최고지도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물 파손과 폭력행위를 저지르는 거의 모든 시위자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며 “그 목적은 신분을 숨기고 법망을 피하는 것이며 이들의 행동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고 밝히며 복면 시위 금지에 나섰다.

그러나 긴급법이 적용된 첫날부터 시위대는 거세게 반발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로 나왔다. 일부는 마스크가 아닌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이들은 법이 금지한 마스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며 법의 금지규정을 우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천 명의 홍콩 시민들은 홍콩섬 코즈웨이베이에서 센트럴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침사추이의 스타페리 부두 밖에서 캔튼로드를 따라 걸어가면서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몽콕으로 향했다. 홍콩 대중교통 서비스인 MTR은 운행을 완전히 중단했다. 대형 상업시설과 슈퍼마켓의 임시 폐점도 잇따랐다. 일부 시위대는 광둥성 선전과 인접한 북부 신계(新界)의 셩수이에서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을 비롯한 ‘친중국’ 상점을 부쉈다. 스타벅스 매장 유리창에는 ‘음식 보이콧’이라는 낙서가 써지고 간판이 파손됐다. 현지에서 스타벅스 체인을 운영하는 홍콩 외식 대기업 맥심(Maxim·美心)그룹 창업자의 딸인 애니 우가 중국의 강경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스타벅스에 불똥이 튄 것이다.

▲홍콩에서 5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가 마스크를 쓴 채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날 0시를 기해 반 세기만의 긴급법 발동을 통한 복면금지법을 시행했지만 시민의 더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외국계 기업 직원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전날 오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직원은 건물로 들어가는 도중 시위대에 둘러싸여 구타를 당했다. 시위대가 건물 밖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외치자 이 직원이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라고 응수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후 JP모건체이스는 보안을 강화하고 직원들에게 주말에 출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과격한 시위가 퇴로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하면서 홍콩이 장기간 구축했던 금융허브 지위가 근본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Z/Yen그룹이 발표한 ‘2019년 국제 금융도시 순위’에서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정치적 안정성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국제 금융센터로서 아시아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뽐내 왔다.

그러나 홍콩의 최근 경제지표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8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3 %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가 열리는 주말에 상업시설이 계속 폐쇄된 여파로 9월 수치는 더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외국계 금융 기관 사이에서 아시아의 금융허브로서 홍콩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이벌인 싱가포르로의 이전이 활발해지면 금융면에서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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