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공언한 ‘2019년 V자 반등’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예상된다. 달러 강세(원화값 약세)와 무파업 임단협 타결,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맞는 슈퍼 신차 사이클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덕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2조4000억 원을 들여 자율주행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질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올 3분기 현대차 매출은 25조9350억 원, 영업이익은 1조427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77%, 영업이익은 무려 258% 증가한 규모다.
기아차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4조4060억 원과 4667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2.13%와 302.5% 각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토요타(-4.1%)와 폭스바겐(-11.2%)의 부진과 대조된다. 다임러(25.7%)와 제너럴모터스(GM·104.2%), 포드(99.3%) 등에 비해서도 2배 이상이다.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 판매 실적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북미는 신차 인센티브를 확대해 전반적인 시장 위축에 대응하고 있다. 3분기 평균 환율은 1194원 수준으로 2분기 평균치 대비 3.8% 상승했다.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아 왔던 ‘노조 리스크’도 사라지면서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좋아졌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무파업으로 타결했다.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에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덕이다. 현대차의 7~8월 수출 대수는 17만2000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맞는 ‘신차 슈퍼 사이클’ 역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완성차는 통상 5~7년마다 차 안팎을 화끈하게 교체하는 ‘풀모델체인지’를 내놓는다. 올해 들어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대기 기간 6~7개월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린 것은 물론, 8세대 쏘나타가 출시됐다. 나아가 전에 없던 엔트리급 SUV 베뉴를 출시하는 등 잇따라 신차를 쏟아냈다.
기아차 역시 K7 부분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셀토스와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주력 신차들의 모델 변경 시점이 맞아떨어지면서 대대적 신차 효과가 이어졌다.
신차 효과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현대차는 베스트셀링 모델 그랜저IG의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최초의 SUV인 GV80(지브이 에이티)도 내달 론칭을 준비 중이다. 기아차 역시 주력 모델인 K5의 안팎을 화끈하게 바꾼 3세대 모델을 연말에 출시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 사이클(순환 주기)로 보면 자동차 업종은 지난해 12월을 저점으로 회복기에 들어섰고 올해 5월에는 이익 증가 구간에 진입했다”며 “향후 1년 이상 이익이 확장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시장 구조조정이 시작된 만큼, 본격적 (구조조정의) 효과는 내년께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