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시민, 생필품 사재기 나서
홍콩 정부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을 발동했지만 도시 전역에서 폭력과 기물 파손을 막지 못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이 직접 개입하는 등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 촉발한 시위가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막사에서 군인들이 처음으로 시위대에 노란색의 경고 깃발을 올렸다.
이날 오후 8시께 시위대가 주룽반도에 있는 인민해방군 막사 앞으로 모였다. 일부 시위자는 녹색 레이저 포인터로 막사를 비췄다. 이에 몇몇 군인이 옥상으로 올라가 노란 깃발을 들었으며 시위대를 향해 중국어와 영어로 “당신들은 법을 어기고 있다. 기소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시위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홍콩 시위대와 중국군이 직접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지하철(MTR)은 4일 밤부터 전 노선에서 운행을 중지했던 지하철을 이날 재개했지만 시위대가 파괴한 시설 복구에 시간이 걸려 절반 정도의 역은 폐쇄됐다. 또 주요 상업시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임시 휴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패닉에 휩싸인 시민이 일부 문을 연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으로 몰려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아침 일찍부터 매장을 찾은 사람들도 계산하기 위해 45분간 줄을 서야 했지만 뒤늦게 온 사람들은 아예 텅 빈 선반을 봐야 했다. 한 시민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과민반응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이런 광경을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마치 전쟁과 같았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앞 다퉈 현금인출기(ATM)로 달려가 돈을 뽑았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3300개 ATM 중 약 10%가 파괴 행위로 인해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우리는 아직 정상적인 ATM에 지폐를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복면금지법 시행 금지 임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