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 이달부터 치매보험료 6% 가량 인상
금융감독원의 약관 변경 권고가 결국 치매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보호 명분으로 진행된 약관 변경이 오히려 보험료 인상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달부터 치매보험료를 약 6% 인상했다. 치매약제 투약 조건을 약관에서 삭제한 데 따른 요율 조정이 이유다.
◇"요율 변경 반영 없으면 감독규정 위반" =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약관 변경에 따른 요율 변경은 불가피하다”며 “만약 이를 요율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감독규정 위반이 되며, 추후 검사 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치매보험금 지급조건을 소비자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변경하겠다며 경증 치매보험 약관을 손질했다. 모호한 약관 때문에 발생 가능한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핵심은 MRI 등 뇌영상 이상소견 없어도 보험금 지급해야하는 점과 약물처방·치매질병코드 조건을 약관에서 삭제하는 것이다. 치매질병코드 범위가 보험사별로 5~20개로 상이해 가입자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약제복용 역시 치매진단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의료자문을 반영해 삭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의학적·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치매질병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KCD)로 분류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고, 치매약제 투약사실 등은 치매진단시 필수 조건이 아니다”라고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만 치매보험료가 인상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들 보험사 약관에만 약제비 투약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해당 조건이 삭제되면 보험료 인상이 우려된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당시 금감원은 “보험 상품 가격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보험료 변동은 없는 걸로 나타났다”고 단언한 바 있다.
◇“보험료 변동 없다”던 당국, 치매보험료 인상 알고도 묵인=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했으며, 감독원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회사 측은 약관이 변경되면 보험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당국에 여러차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약 투약 조건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에 근거한 요율이라 약관 변경하지 않아도 됐는데, 금감원의 권고로 일부 소비자는 피해를 보게 됐다는 말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당국이 약관 변경 작업을 했을 때 삼성은 수차례 어렵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보호를 내걸고 약관 변경을 추진했는데, 이 때문에 보험료가 인상됐다고 하면 당국도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브리핑에서)보험료 변동이 없다고 언급한 것은 MRI 등 뇌 영상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어도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약관을 교정했을 때 보험료가 변동이 없다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치매 약제처방 조건 삭제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회사가 판단해서 반영했을 것 같다”며 “추후 신고가 들어오면 조치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회사가 적정한 통계를 사용했다고 하면 문제시 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상품 자율화 이후 사전신고제가 폐지됐으니,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는 당국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일부 소비자는 보험료가 인상되는 불이익을 안게 됐다. 당국의 치매보험 약관 변경이 반쪽짜리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소비자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치매보험 사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 했다”며 “2015년 보험 상품 자율화 이후 보험 약관에 대한 사전 심사를 할 수 없게 됐다면 사후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같은 조치도 부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