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미니’ 등 20세기 히트작 현대적 재해석… 현대차 포니 EV 콘셉트카 ‘45’ 친환경차 부활
21세기를 코앞에 둔 이들에게 지금 당장 혁신적 새 모델을 내놓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다급했던 기업들은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차들을 현실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틀에 박힌 생각을 깨고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모델을 속속 세상에 등장시켰다.
이 무렵 ‘크로스오버’ 자동차도 처음 등장한다. 다양한 목적의 자동차를 한데 모아 ‘다기능’ 자동차로 포장해 내놨다. 특정 부류를 겨냥하지 않고, 여러 고객층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SUV와 세단의 날카로운 경계선을 허물며 새로운 차종이 속속 등장하던 때도 이 무렵이었다.
2000년대 초 4도어 세단과 스포츠 쿠페를 결합한 ‘4도어 쿠페’가 처음으로 나왔고, 네모반듯한 SUV가 넘쳤던 시절 쿠페 스타일의 SUV도 등장했다. 이들은 시장에서 장르를 파괴했다는 의미를 담아 ‘세그먼트 버스터(segment buster)’로 불렸다. 그렇게 등장한 차들이 4도어 쿠페의 첫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CLS, 쿠페 스타일의 SUV 원조인 BMW X6 등이었다.
이처럼 크로스오버의 등장과 함께 눈길을 끌었던 모델이 레트로 모델이다. 과거 브랜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들이다. 20세기의 영광을 21세기까지 이어가겠다는 복안도 담겨 있다.
한번 성공한 모델의 재해석은 이미 출시 때부터 ‘절반의 성공’을 안고 출발하는 장점이 있다.
BMW그룹이 MINI 브랜드를 거머쥔 이유 역시 새로운 MINI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차체를 키우고 새 엔진을 얹되 BMW 특유의 칼 같은 핸들링과 날카로운 가속력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이 무렵 BMW에 자극을 받은 이탈리아 피아트는 발 빠르게 소형차 500을 바탕으로 새 모델을 내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 땅을 누볐던 피아트 500은 고장 없이 잘 달리며 유지가 편한 소형차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과거 500 디자인을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한 500은 여러모로 BMW그룹의 MINI와 비교될 만큼 예쁜 디자인이 장점이었다.
신형 500은 한국지엠(GM)에서 쉐보레 스파크와 크루즈 디자인을 주도했던 한국인 디자이너 김태완 전 부사장이 피아트 시절 디자인을 주도했던 차다.
새 모델은 한눈에도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했던 마이크로 버스의 디자인과 맥을 함께한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작고 앙증맞은 차체를 자랑하지만 속내는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지만 최고출력이 무려 369마력에 달하고, 시속 97㎞까지 5초면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59㎞, 1회 충전으로 무려 600㎞ 주행이 가능하다.
이처럼 과거의 모델을 앞세워 새로운 미래를 그려내는 일에 현대차도 빠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막을 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EV 콘셉트카 45를 최초로 공개했다. 올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공개한 전기차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이 바탕이다.
새 모델은 현대차의 시작을 세계에 알린 포니 쿠페 콘셉트(Pony Coupe Concept)를 밑그림으로 디자인됐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45년 동안 현대차가 쌓아온 헤리티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의 아이콘인 포니가 21세기 들어 전기차로 부활한 셈이다. 큰 관심을 모았던 만큼 양산차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시점은 브랜드 출범 50주년이 되는 2023년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2세대 코란도의 상징적 요소인 방향지시등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아직 양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으나 회사 사정에 여유가 생기고 노조가 동의한다면 언제든 양산 모델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