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연내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제2의 파생결합상품(DLF)’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후 한 달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그는 “선임되자마자 일본 수출규제 관련 소재ㆍ부품ㆍ장비 업체를 방문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었다”며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활성화 간담회를 통해 핀테크 업체들의 도전을 뒷받침할 일관성 있고 과감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실감했다”며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를 찾아 포용금융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말까지 인터넷은행 신규인가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날부터 15일까지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소상공인연합이 주도하는 ‘소소스마트뱅크준비단’이 공개적으로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1차 때 고배를 마신 키움과 토스 컨소시엄이 유력 후보군으로 손꼽힌다.
은 위원장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진입 문턱을 높게 느끼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예단할 수 없지만, 올해 안에 신규인가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은행 고객에게 대규모 손실을 입힌 해외 금리 연계형 DLF 사태에 관해선 재발 방지 대책을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 금감원에 193건의 분쟁 조정이 접수됐는데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건은 신속하게 분쟁조정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며 “소비자의 관점에서 설계부터 운용, 판매, 감독 등을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은행 기관장 제재를 하면 잔여지분 매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우리금융의 미래가치를 보기 때문에, 징계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DLF 사태’로 불리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에 대해서도 금융시스템 리스크(위험)로 번지지 않게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은행의 비이자수익 추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경계했다. 이 과정들은 그는 ‘성장통’으로 봤다.
은 위원장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성장하겠다는 은행들의 가치 추구가 잘못된 건 아니다”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관리ㆍ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금융감독원의 인력 충원과 예산 독립에 관해서는 “불가하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정무위 국감서 ‘DLF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 추궁이 나오자 “인력이 부족한 부분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 등 사각지대를 전수조사하다 보면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세금이 투입된 기관에서 인력 수요가 항시적인지, 일시적인 건지는 고민해봐야 한다”며 “독립적으로 예산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고 했다.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해 금융회사와 임직원의 자발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면책제도도 개편하기로 했다. 대출 등 여신업무 위주로 운영 중인 제도를 모험자본 투자로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은 위원장은 “금융사 임직원이 당국에 면책을 신청하는 ‘면책신청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부정청탁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면책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하는 ‘면책추정원칙’을 도입해 금융사와 임직원의 입증책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민금융에 관해서는 “햇살론17 공급 목표를 최대 4000억 원까지 확대하고, 청년ㆍ대학생을 위한 햇살론도 출시할 것”이라며 “채무조정 활성화 등을 담은 ‘소비자신용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