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의원에 서면답변…中둔화·日규제 위기요인 지목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돈을 푸는 방식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경기부양책으로 쓰였지만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행한 적이 없다. 비록 ‘심각한 경제위기’를 가정한 답변이지만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양적완화를 고려하는 언급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사전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양적완화 정책 시행의 판단기준에 대해 이처럼 답변했다. 이 질의는 이주열 한은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답변은 각자의 의견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소수의견 병기)을 정리한 형태로 제출됐다.
위원들은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며 “제로(0) 금리 또는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시행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전제를 깔았다. 다만 이들은 “금융·경제여건 변화로 인해 필요한 경우 중앙은행대출, 공개시장운영, 지급준비제 등 한은행 보유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양적완화 정책 시행의 판단기준에 대해선 “원론적으론 금리정책 운용 여력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심각한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의 기대 효과에 대해 장기 시장금리 하락, 소비 및 투자심리 개선 등을 통해 금융 및 실물 부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통위원들은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저금리 기조 및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과도한 레버리지와 위험 추구 행태 등을 통해 금융안정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한국과 같은) 비(非)기축 통화국의 경우 내외 금리차 축소, 통화가치 절하 기대 등으로 자본유출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도 잠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통위원들은 우리 경제의 ‘블랙스완’이 무엇인지 묻는 질의에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시위사태 악화로 중국경제가 큰 폭으로 둔화할 가능성과 일본 수출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의해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블랙스완이란 대단히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초래하는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