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조국 블랙홀’이 일단락되면서, 여권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를 야당에 압박하고 있다. '조국 정국'에서 '검찰 개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6일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63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제 다시 오기 힘든 검찰개혁의 기회가 됐다. 조국 전 장관과 국민들께서 몸으로 만들어주신 기회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어제부터 ‘공수처 법안은 절대로 안 된다’, 장기집권으로 가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관한 수사를 하는 기관을 말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비리가 제대로 수사가 안 되기 때문에 적폐청산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 국민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것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를 반드시 해야 된다는 것으로 지금 기대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의 ‘절대로 안 된다’는 얘기는 고위공직자 비리를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사법개혁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수사권의 분리도 중요하지만 검찰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감싸는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 안 되는가’를 자유한국당은 설명을 해보시라. 그동안 안 된다는 얘기를 언제 했나.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고 나니까 이제 태도를 돌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법무부와 검찰은 월요일 조국 전 장관이 발표했고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검찰개혁안’을 당장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개혁안을 빠르게 성안해 바로 실행해야 한다. 무분별한 영장청구, 피의자와 참고인의 과도한 소환, 위압적 수사 등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관행을 바로 척결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검사는 퇴출하는 방안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검찰수사를 받아본 분들은 알겠지만 검찰에 가면 분위기 자체가 으스스해서 출석한 사람들이 스스로 벌벌 떨게 만드는 수사관행을 지금까지 해왔다”고 지적했다.
김해영 최고위원 또한 “이제는 여야가 화합해서 민생을 챙겨 나가야 한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확인된 만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비롯한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한 브리핑에서도 "나라다운 나라를 염원했던 2017년의 촛불시민혁명은 검찰개혁을 향한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 스스로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바라는 촛불집회 민심을 등에 업고 '개혁 대 반(反)개혁' 대립 구도를 통해 지지율 만회를 시도하면서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한편 권은희 바른미래당,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대표자들은 이날 검찰개혁 관련 법안 논의를 위해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과 정치개혁 법안 중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안 2건과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법안을 먼저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