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16일 파주시 장단면 민간인통제선 안에서 발견한 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17일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전날 경기 연천군 왕징면에서 발견한 멧돼지 사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국내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확인된 것은 이번까지 아홉 건(강원 철원군 네 마리ㆍ연천군 세 마리ㆍ파주시 한 마리)이다. 철원, 연천 이외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접경 지역 멧돼지 전체로 퍼졌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멧돼지는 8~10마리씩 무리 지어 사는 데다, 늦가을 번식기가 되면 활동이 왕성해져 집단 발병 우려가 더욱 크다.
연천과 철원 발병지를 중심으로 멧돼지 고사(枯死) 작전에 나섰던 방역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발병지는 전기 울타리로, 발병지 인근 30㎢는 일반 울타리로 이중으로 감싸, 농가 돼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장기적으론 절멸을 유도한다는 게 애초 방역 당국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파주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방역 당국이 관리해야 하는 감염위험지역은 더욱 넓어졌다. 게다가 울타리가 완비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CCTV를 통한 감시도 어렵다.
멧돼지 포획도 늘어지고 있다. 방역 당군은 군(軍) 저격수와 민간 엽사를 동원해 15~16일 멧돼지 포획에 나섰지만 이틀간 잡힌 멧돼지는 1162마리 뿐이다.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멧돼지는 약 30만 마리, 접경 지역에서만 1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농식품부는 사육 돼지의 방역을 빈틈없이 계속하고 환경부ㆍ국방부ㆍ지자체는 야생멧돼지를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남하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