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채널 확대ㆍ신제품 개발ㆍ프리미엄 시장 개척 등 젊은층 잡기위한 다양한 시도 이어져
더 이상 ‘아재들의 술’이 아니다. 최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열풍 속에 막걸리 시장이 젊어지면서 막걸리 시장에 다시 봄이 찾아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막걸리 업체들이 홈술 트렌드 등으로 막걸리를 찾기 시작한 젊은층을 겨냥해 신제품 개발, 유통채널 확대, 체험 마케팅 등을 통해 2030세대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 주세법 개정 등의 정책 지원까지 힘입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0년대 초반 한류에 힘입어 일본 등으로 수출이 늘며 전성기를 누리던 막걸리가 한류 붐이 꺼지면서 외면당했다가 다시 전성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막걸리 제조업체 지평주조는 9월 기준으로 지난해 총매출액(166억 원)을 넘어섰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전년 동기 매출과 비교하면 약 50% 증가한 수치”라며 “지난 몇 년간 상승세를 고려할 때 올해 목표액인 25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평주조의 매출 증대에는 유통채널 확대가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를 제조·판매해오던 지평주조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도권 중심에서 강원, 부산, 경남 등으로 영업망을 확대했고, 올해 3월에는 CU를 비롯한 전국 5개 편의점 브랜드에 입점을 완료했다. 1월에는 경북, 전남, 제주 지역 판매를 담당할 대리점을 신설해 주력 제품인 ‘지평 생 쌀 막걸리’를 전국적으로 판매하게 됐다.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출시도 막걸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장수막걸리’로 대표되는 서울장수는 지난해 22년 만에 생막걸리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홈술’, ‘혼술’ 문화의 확산에 맞춰 알코올도수를 5도로 일반 막걸리(6도)보다 낮췄다.
또한 서울장수는 인생막걸리에 옐로, 퍼플, 블루 디자인 3종을 내놓고 개별 디자인에 따라 ‘인생’ 키워드를 강조한 메시지를 삽입하며 젊은층의 ‘감성터치’에 나섰다. 인생막걸리는 올해 9월 말 누적 판매 320만 병을 돌파했다.
장수막걸리는 올 6월 서울 망원동 사옥에 막걸리에 대해 배우고 막걸리를 직접 빚으며 체험할 수 있는 ‘막걸리 체험관’을 오픈했다. 이 회사뿐 아니라 북촌 한옥마을, 전주 등에서는 전통주를 직접 빚어보고 배우는 ‘체험형 원데이 클래스’에 젊은층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 개척을 선언한 업체도 있다. 국순당은 지난해 5월 유산균 강화 막걸리인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750ml 한 병에 3200원으로 시중 막걸리 가격(1000~2000원)의 2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막걸리가 ‘저렴한 술’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 제품이 ‘나심비(가격과 성능을 비교하는 기존 소비 형태가 아닌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 심리)’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를 겨냥한 것으로 평가한다.
회사 측은 “유산균 막걸리 한 병에 유산균이 1000억 마리가량 들어 있는데 국순당 생막걸리 한병에 1억 마리가량 들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1000배 높은 수치”라며 “식물성 유산균을 막걸리에 담아 생활 속 음용만으로도 소비자가 유산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국내 막걸리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서 탁주는 3억1276만 리터 판매된 데 이어 2017년 3억6441만 리터, 지난해 3억9804만 리터를 기록하며 2년간 연평균 약 13% 증가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주세법 개정이 막걸리 시장 변화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가세를 적용했던 기존 주세법하에서는 막걸리 재료로 질 좋은 국산 쌀을 사용하면 주세가 올라가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국산 쌀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국산 쌀을 써도 주세가 오르지 않아 쌀 외에도 고부가가치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제품이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