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제적 이유로 수출제한, WTO 규정 위반이자 G20 합의 배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인도·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과 면담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홍 부총리는 이날 IMF 본부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 모하메드 알자단 사우디 재무장관과 각각 양자면담을 가졌다.
먼저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면담에서 홍 부총리는 글로벌 교역·투자가 위축되는 등 무역갈등의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직접적 손실이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의 0.8%에 달할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심리 악화 등 추가적 간접 피해도 크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단순한 휴전이 아닌 조속히 종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도 “무역갈등은 개방도가 높은 국가에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IMF가 자유무역 가치를 회복하고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비경제적 이유로 수출제한을 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며, 자유무역 환경을 조성하자는 6월 G20 오사카 정상회의 합의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한국 생산 차질 등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기업의 불확실성 확대가 리스크 요인이므로 조속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타르만 장관과 면담에서도 홍 부총리는 최근 글로벌 무역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글로벌 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의 신동방정책이 협력해 나간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인도는 2016년 6월부터 8차례 CEPA 개선 협정을 진행했다. 양국은 일·일도 CEPA 대비 불리한 규정을 개선하고, 원산지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타르만 장관은 “한국의 대인도 투자가 인도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인도의 제조업, 국방 분야 등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당부했다.
앞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서도 홍 부총리는 “일본의 조치가 국제무역규범에 위배되며, 글로벌 가치사슬을 훼손해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양국 간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통해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홍 부총리는 알자단 장관과 면담에서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G20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며 내년도 G20 의장국으로서 사우디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명했다.
알자단 장관은 “포용성 제고, 지속 가능성, 기술 활용성 제고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포용성 증진을 위한 거시정책, 인프라와 기술의 접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금융체제 실무그룹(IFA) 공동 의장국인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