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터보 엔진과 7단 DCT 조합…같은 엔진 얹은 1세대 벨로스터 앞서는 주행성능
현대차 EF쏘나타와 기아차 옵티마는 두 브랜드의 첫 번째 플랫폼 통합 모델이었다.
개발비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두 가지 중형차를 뽑아낼 수 있었다.
비용을 줄인 것은 장점이었으나, 성능과 내구성은 물론 옵션과 내장재 재질까지 닮아버린 두 차는 차이점이 없었고, 브랜드 경계선이 희미해졌다.
실제로 옵티마의 각진 디자인은 EF쏘나타 개발 단계에서 물망에 올랐던, 디자인 후보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결국 브랜드 차별화가 절실해진 현대기아차는 각각의 전략을 점진적으로 수정했다.
하나의 밑그림(플랫폼)을 바탕으로 두 개의 브랜드가 신차를 개발하되, 현대차가 ‘니어 럭셔리’를, 반면 기아차는 뚜렷하게 ‘스포티’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기아차의 스포티를 뚜렷하게 강조한 모델 가운데 하나가 스팅어, 나아가 K3 GT(Grand Tourer)다.
K3 GT는 이름 그대로 그랜드 투어러를 앞세웠다. 이를 위해서 달리기 성능과 조향 감각, 서스펜션 등을 차별화했다.
먼저 자연흡기 1.6 엔진을 얹었던 기본형과 달리 GT는 직렬 4기통 1.6 터보 엔진을 얹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27.0㎏‧m을 낸다. 순발력을 좌우하는 ‘토크’는 V6 2.7리터 엔진과 맞먹는다. 작은 준중형차에 준대형차의 V6 엔진을 얹은 셈이다.
무엇보다 차 안팎에 오로지 ‘달리기 감성’이 뚜렷하다.
현대차가 개발한 1.6 터보 엔진은 1세대 벨로스터에 첫선을 보인 이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배기량 1.6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 200마력을 훌쩍 넘어선 첫 번째 국산 엔진이기도 하다.
이후 중형차와 소형 SUV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출력에 모자람이 없었다.
K3 GT는 세단형과 5도어 해치백 두 가지가 나온다. GT라는 콘셉트를 앞세운 만큼 5도어 해치백이 인기다.
디자인은 일반 해치백과 왜건의 날카로운 경계선에 머물고 있다. 보는 사람마다 5도어로 보는 사람과 왜건으로 여기는 시각이 각각 존재한다.
겉모습은 18인치 미쉐린 휠 타이어와 차 앞뒤에 붙은 GT 배지 정도가 기본형과 다른 점이다. 나아가 사이즈를 마음껏 키운 배기 머플러, 그 주위를 스포티하게 다듬어낸 ‘리어 디퓨저’가 차이점이다.
실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도 여느 K3와 전혀 다르다.
오디오에서 인위적인 스포츠카 배기음을 뿜어내는 이른바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갖추고 있다. 동시에 차 뒤에서 쏟아내는 진짜 배기음도 우렁차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뱉어내는 배기음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털어내는 ‘바바바방’ 하는 소리가 사뭇 고성능 차를 탄 듯한 기분을 얹어준다.
배기량 1.6리터에 앞바퀴굴림 준중형차는 기본 조건만 따져보면 진정한 의미의 GT 영역에는 범접도 못 할 수준이다.
다만 기아차의 상품기획력과 마케팅 전략은 평범한 준중형 해치백을 앞세워 ‘한국형 GT’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K3 GT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