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소주성특위 주최 토론회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에 정부가 확장 재정을 펴는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등 재정승수가 큰 분야에 집중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큰 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국회 시정연설을 한 바로 다음 날 정부 기관이 개최한 행사인 만큼, 주요 참석 인사들은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가 23일 ‘구조 전환기,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연 가운데,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홍장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학계 및 국책연구원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하강 국면에 따른 주요국의 대응방안 △2020년 예산안 평가와 과제 △중기 재정정책의 방향 및 효과성 제고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호승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은 이날 축사에서 “민간의 경제활력이 부족할 때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경기변동을 완화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과거로부터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의 경기적 어려움을 극복해 경제의 활력을 북돋우는 한편, 미래의 산업과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국가재원이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미-중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전 세계적 동시 하강’으로 규정하고 “주요정책 방향은 경제활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확장 재정 및 규제개혁,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고 고통을 분담하는 포용성 제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응”이라고 했다. 특히 “국회 차원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적기 처리, 기업 활력에 필수적인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데이터 3법, 그리고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에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는 내수진작을 위한 경기대응 차원뿐만 아니라 안팎의 구조적 위협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역량 강화, 사회안전망 및 소득격차 개선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장기적 시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2020년 예산안 평가 및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서 재정 확장 자체의 경기대응 효과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경상 성장률 회복이 지체될 경우 세입 부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 40%를 넘어 2023년 40% 중후반 수준으로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재정적자 지속은 국가채무 누증을 가져오고, 이를 예상한 민간의 경제활동 변화로 정책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발표에서 정부가 확장적인 정책을 펴더라도 재정 승수가 높은 SOC 분야에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올해와 내년 경기회복이 여전히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 승수가 높은 분야에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승수가 높고 경기 부양 효과가 큰 대표적인 분야로 SOC 투자를 꼽았다. 재정 승수란 정부가 지출을 늘렸을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SOC 투자와 달리 복지지출은 재정 승수가 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