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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집을 떠났다. 한 곳만 바라보며 헤엄쳤다. 그리고 도착한 이곳, 대한민국 일산 EBS.
10살이 견디기엔 너무나도 힘겨웠을 여정. 하지만 선택은 옳았다. 아는 이 하나 없는 타국에서 이룬 성공은 그만큼 값졌다. 대한민국 전역, 유튜브, SNS, 타 방송국을 넘나드는 크리에이터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6개월.
‘섭외 1순위’, ‘뽀로로의 최대 라이벌’, ‘어른이들의 아이돌’… 넘쳐나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남극에서 온 거대 펭귄 ‘펭수’라 해도 말이다.
“펭-하”를 외치며 등장한 키 210cm의 거대한 검은 생물(?). 흠칫 놀랄 만도 한데 왠지 모를 묘한 앙증맞음이 시선을 잡아끈다. 삼백안을 넘어선 사백안의 큰 눈이 스타라기엔 도무지 거부감이 들 법도 한데 “사랑해”를 외치는 팬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자이언트 펭TV’의 호스트 펭수는 2019년 4월 2일(공식 에피소드 오픈일) 우리 앞에 등장했다. (극소단위로) 조용하고(?), 의기소침(?)했던 첫 방송의 펭수는 10월 현재 ‘펭성(펭수 인성)’ 논란이 일만큼 당당한 존재로 거듭났다.
펭수는 현재 EBS 연습생 신분이다. 남극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에 잠시 들렸다가(TMI: 요들송을 배워왔다고 한다) 헤엄쳐서 한국에 왔다. 펭수가 한국의 수많은 방송국과 연예기획사를 뒤로하고 EBS를 찾은 이유는 뽀로로 때문. 펭귄으로 스타가 된 뽀로로를 본 뒤, ‘나를 키워줄 곳은 여기구나’라는 생각에 EBS를 택했다고. 졸지에 펭수의 간택을 받은 EBS는 펭수를 연습생으로 받아들였다.
‘자이언트 펭TV’는 교육방송 EBS의 유아·어린이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부서명과 알맞게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자이언트 펭TV’. 하지만 그 예상은 심각하게 벗어났다.
어린이와 학부모는 물론 2030세대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우스갯소리로 ‘자이언트 펭TV’ 구독자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추천 채널에 ‘온라인 탑골공원’이 떴다는 얘기가 들릴 만큼, 일반 성인층을 팬덤으로 흡수했다.
생각지도 못한 연령층의 유입에 제작진도 바빠졌다. 기존 오전이었던 방송시간대를 오후, 저녁 시간대로 이동했다. ‘대놓고’ 어른이(어른 어린이)들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자이언트 펭TV’는 EBS뿐 아니라 동명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동시에 공개된다. 이 유튜브 채널은 현재 27만8000명이 구독 중이다.
적게는 10살 많게는 20~30살이 차이나는 어른들이 이토록 펭수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 어른이들은 펭수가 ‘동년배’라는 확신에 의심이 없다.
남극 출생으로 더위를 싫어하는 펭수가 즐겨 먹는 차는 ‘뜨거운 녹차’. 비타민과 영양제는 그의 필수 식품이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에게 펭수는 “아파서 약을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하려고 먹는다”는 부장님표 명언을 날린다. 좋아하는 소설은 ‘삼국지’, 좋아하는 과자는 ‘빠다코코넛’이라는 구수한 취향은 펭수의 나이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의혹은 제작진과 펭수에게도 흘러 들어간 모양. 펭수는 이를 반박하며 자신의 10살이 맞다는 영상편지를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문장과 함께 남긴 바 있다.
펭수에게 열광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사장님 이름 석 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당당함에 있다.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거나, 방송 책임 문제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 펭수는 당연한 듯이 “김명중”(현 EBS 사장)을 외친다. 거리낌 없는 펭수의 발언에 제작진도 은근히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덕분에 김명중 사장의 이름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익숙한 이름이 됐다.
펭수의 ‘짤방’도 지금의 펭수를 만든 일등공신.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고 표현될 만큼 펭수의 짤방은 ‘팬아저’(팬이 아니지만 저장) 그 자체다. 무표정에 가까운 펭수의 얼굴에 자막만 붙여도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제작진이 펭수의 얼굴과 자막을 캡처하기 좋게 배치해 짤 생성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
팬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 ‘고독한 펭수방’을 통해 서로의 애장짤들을 교환하며 펭수 사랑을 더 하고 있다.
펭수는 현재 탈 EBS화 중이다. 펭수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EBS 연습생’의 스웩을 뽐낸다. 얼마 전 SBS 파워FM ‘배성제의 TEN’,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 출연했다. 25일 방송될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녹화를 마쳤고, SBS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 MMTG’와의 콜라보 방송도 진행했다.
EBS 안에만 갇혀있기엔 펭수는 너무 컸다. 타 방송국에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완전히 깼다. 펭수는 어느 곳에서든 펭수였다. 진행자들 또한 펭수의 매력에 흠뻑 빠진 상태. 물꼬 튼 펭수의 외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BTS를 꿈꾸며 전진하는 펭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 품이 그리울 ‘고작 10살짜리’ 어린 펭귄이다.
23일 ‘펭귄극장-스타는 외로워’ 영상을 통해 외로운 펭수의 하루가 공개되면서 걱정 한가득 댓글이 쏟아졌다. 펭수의 쓸쓸한 뒷모습에 눈물 한 바가지 흘린 어른이 기자도 이렇게 짧은 응원글을 보낸다.
“우리 펭수, 참치길만 걷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