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희 유통바이오부 기자
이 같은 변화는 올해 베스트셀러로 돌풍을 일으킨 ‘90년생이 온다’가 한몫했다. ‘우리와는 다르다’가 아닌 세대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기성세대들에게 전해준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장 곳곳에선 기성세대와 90년대생들의 세대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의 경우 90년대생 전공의들은 병원의 불합리한 근로에 한목소리로 항의하는가 하면, 수술 참관 중 전공의의 근무시간(주 80시간)이 넘으면 중도에 당당히 퇴장하는 등 세대의 특징과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다 보니 90년대생 전공의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는 일부 교수들로 인해 팀워크가 중요한 수술방에서 보이지 않는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수련은 주어진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법으로 규정된 근무시간 안에 90년대생들의 사고방식까지 더해져 의료계가 하명상복(下命上伏) 문화로 변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수도 “기존 전공의 시스템이 국내 의료 수준을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의료 PA(진료보조인력)들의 수술 실력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존 의료계의 도제식 교육은 전공의 폭행이나 과로사 문제를 발생시키며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의 의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련과정에 90년대생들의 특징을 온전히 이해하며 가기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우려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결국 의술 역시 경험과 노력과 시간이 합해진 축적이어야 국민 건강을 책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대명제를 잃지 않는 선에서 세대 간의 방식을 수용하며 변화의 과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의료계의 혜안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