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에 25년 유지 'WTO 개도국' 포기…앞으로 뭐가 달라질까

입력 2019-10-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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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협상 재개 시 관세ㆍ보조금 축소로 농업 피해 불가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장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2차관.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25년 동안 유지해왔던 개발도상국 특혜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1995년 WTO 출범 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유지해왔다.

정부가 포기를 결정한 결정적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7월 26일 트위터를 통해 일부 국가들이 WTO 개도국으로 불공평한 이득을 얻고 있다며 90일 내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압박했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한국에도 해당되면서 정부가 WTO 개도국 포기 여부를 검토해왔다.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은 이미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관가에서는 미국의 압박으로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진작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의 이유로 든 것이 가장 먼저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위상이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 이후 약 2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발전했다.

WTO 164개 회원국중 주요 20개국(G20) 및 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등 전세계 9개국에 불과하다. 그동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 것 자체가 모순이었던 셈이다.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를 선언한 이후는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는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의 WTO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1993년부터 유지해온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을 대신할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돼 사실상 폐기상태에 있고 그간의 사례를 감안할 경우 향후 협상이 재개돼 타결되려면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 DDA 협상은 미국을 대표한 선진국과 중국, 인도를 대표로 하는 개도국 사이의 갈등이 커서 협상이 언제 재개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도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당장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미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WTO 개도국 포기 결정에 농업계의 반발이 클 전망이다. 당분간 영향이 없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농산물 관세 인하와 보조금 축소로 우리 농업에는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공익형 직불금을 도입하고 직불금 예산도 올해 1조 4000억 원에서 내년 2조 2000억 원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공익형 직불금은 WTO에서도 정부 지원을 허용한다.

농민단체들은 앞서 열린 기재부와 간담회에서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 위원회 설치 △농업 예산 증액 △취약 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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