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상 범위를 중소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 이후 석달 간 나온 증권사 종목 리포트는 총 9910건이다. 이중 코스피 종목 리포트가 7520건으로 코스닥(2390건)에 비해 4배 가까이 많았다. 보고서가 1회 이상 나온 상장사는 총 804개사(코스피 357사, 코스닥 447사)로 전체 상장사의 각각 46%, 34% 수준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 리포트가 124건으로 가장 많았고 LG화학(105건), SK하이닉스(101건), LG전자(97건), 삼성전기(97건), SK텔레콤(94건), S-Oil(94건), 포스코(91건)가 뒤를 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5위(우선주 제외) 종목에 대한 리포트만 1115건에 달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는 증권사 21곳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에서 여러 건을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3개월 간 DB금융투자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KB증권(8건), IBK투자증권(7건), NH투자증권(6건),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이 각각 5건을 시장에 내놨다. SK하이닉스의 경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DB금융투자가 6건, 신한금융투자가 5건을 발표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리포트가 과잉 공급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상장사 1271개(코스피 416개, 코스닥 855개)는 리포트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기업 투자 판단 재료로 증권사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만큼 종목 간 빈부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력부족’을 꼽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소형사까지 커버할 인력의 여유가 없다”며 “증권사도 영업을 해야하는데 120개만 커버해도 애널리스트 6~7명이 10개씩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형사를 커버했을 때 시가총액이 작아지면 효율도 그만큼 줄기 때문에 대형사를 중심으로 분석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에서도 스튜디오드래곤(61건), CJ ENM(51건), 파라다이스(48건), 펄어비스(45건), GS홈쇼핑(31건), 에스에프에이(31건), 컴투스(29건), JYP Ent(28건), 매일유업(28건) 등 대형사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15위 종목에 대한 리포트만 373건에 달했다.
최석원 SK증권 센터장은 “시가총액이 크다는 건 보유 고객이 많고 투자자들이 사고 파는 거래 규모가 크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런 종목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한 애널리스트당 맡을 수 있는 기업이 최대 15개사고 인력에 제한이 있다보니 커버리지를 못하는 종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