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1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종업원 36명으로 출범해 겨우 3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던 삼성전자의 현재 국내 본사 인력만 10만여 명, 글로벌 고용은 30만 명을 넘는다. 매출은 234조7700억 원(2018년)으로 635만 배 늘었다. 국내 최대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다.
삼성의 반세기 성장사는 신화(神話)다. 처음 일본의 3류 전자업체 산요(三洋電氣)로부터 어렵게 기술을 배워와 싸구려 흑백TV를 만들어 수출했다. 도약의 첫 계기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한 반도체사업 진출이었다.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 번째 반도체 생산국에의 도전이 오늘날 초(超)격차 기술로 글로벌시장에서 독보적 위상을 굳힌 출발점이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 시대를 열었다. 양(量)에서 질(質)로의 혁신이었다. 지금 삼성이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등 가전에서 세계 1위의 종합전자업체로 우뚝 선 것이 그 성과다.
삼성의 성공을 일군 원동력은 항상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끊임없는 혁신이었다. 강력한 오너십의 빠른 의사결정,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 제품과 서비스의 세계화 전략으로 다각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시너지를 창출했다. 삼성경영의 모델인 혁신DNA다.
삼성전자를 빼놓고 한국 경제를 말할 수 없다. 삼성이 우리나라 수출과 투자, 고용, 부가가치 생산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제조업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떠맡고,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 법인세만 9조5449억 원을 냈다. 전체 법인세수 54조 원의 18%에 달한다.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도 20%를 넘나든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자산이자 버팀목이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 어느 때보다 큰 시련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50년의 성공 이후 앞으로 미래는 어둡기 짝이 없다. 스마트폰의 퇴조가 뚜렷하다.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생사를 건 ‘치킨게임’을 이겨내고 승자의 자리에 올라선 반도체도 흔들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을 이은 이재용 부회장은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에서 100년 기업의 비전을 세웠다.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투자를 쏟아붓는 성장전략도 제시했다. 향후 투자규모는 수백조 원이다. 그러나 출발이 늦은 데다 앞으로의 시장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삼성을 둘러싼 정치·사회 환경도 걸림돌이다. 경이로운 성공이 족쇄가 된 상황이다. 경영권 편법 승계, 정경유착 등 적폐청산의 굴레가 씌워져, 이 부회장은 지금도 사법적 재판의 대상이다. 최악의 오너리스크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이 설 자리가 없다. 삼성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면 나라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