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 담배로 잘 알려진 미국 담배 대기업 알트리아그룹이 전자담배업체 쥴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트리아는 이날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쥴랩스의 주식 평가액을 검토한 결과, 45억 달러(약 5조 원)의 손실이 났다고 발표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 등지에서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당분간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기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영향이다.
쥴은 전자담배 제품 판매 확대로 급성장해왔다. 궐련형 담배를 대신할 유망한 사업이라고 내다본 알트리아는 2018년 12월 쥴 지분 35%를 128억 달러에 취득했다. 당시 알트리아가 매입한 쥴의 지분 가치는 380억 달러로 추산됐으나 이번에 검토한 결과, 취득 당시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
이 여파로 이날 발표된 3분기(7~9월) 실적은 26억 달러 적자였다. 전년 동기 19억4300만 달러 흑자에서 전자로 전환한 것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68억5600만 달러였다.
전자담배는 궐련형 담배에 비해 규제가 느슨해 미성년자 사이에서 유행, 사회 문제화했다. 올해 들어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폐 질환 환자 수가 급증했다. 10월에 사망한 사례만 해도 30건을 넘어 연방정부와 지자체들이 더 엄격한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실적이 악화하면서 9월에는 케빈 번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알트리아는 자사 임원이었던 KC. 프로스웨이트를 후임으로 지명해 쥴의 사업 재건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광고 폐지와 500명 규모의 감원 등을 발표했다.
또 수익 확대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추진하던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의 합병도 무산됐다. 알트리아와 필립모리스는 원래 한 회사였으나, 2008년 필립모리스가 분리 독립, 지금까지 미국 이외 시장에서 담배 사업을 전개해왔다. 두 회사는 앞으로 원래 갖고 있던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