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의 '통매각' 원칙에도 분리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사(LCC) 자회사 에어부산이 분리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인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전과 다소 달라진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대상으로 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숏리스트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KCGI컨소시엄 등이 포함됐다.
이번 매각전은 초기부터 분리매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컸다. 경쟁 심화와 수요 감소로 항공업 환경이 부정적인 데다 아시아나항공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후보자가 많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산은은 일괄매각 원칙을 지켜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분리매각설은 에어부산이 지난달 23일 100억 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하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에어부산은 항공기 정비용 설비를 매입하기 위해 설립 후 처음으로 사모채를 발행했다. 그동안 에어부산 항공기 정비는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맡아왔다.
에어부산은 분리매각을 하더라도 독자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개별 정비를 차근차근 준비해왔기 때문에 만에 하나 분리매각이 되더라도 에어부산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 사장이 '만에 하나'라는 단서를 달고 "매각 당사자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답변을 피하지 않으면서 분리매각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전과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서 분리매각에 대해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의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국감에서도 "현재 숏리스트가 완성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 중이어서 (분리매각 검토는) 늦었다"면서도 "우선협상대상자와 매각 주체에서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는 최소 신주 인수 규모 8000억 원을 포함해 약 2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애경그룹이 스톤브릿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인수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 조달에 무리가 없는 후보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 정도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수 의지가 강력한 애경그룹이 자금 부족으로 인해 LCC 인수만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금호산업과 산은은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찰 후 분리매각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연내 매각이 이뤄지지 못하면 산은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보유 지분을 대신 처분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