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임신부와 임산부

입력 2019-11-04 05:00수정 2019-11-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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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며칠 전 버스를 탔다. ‘교통약자석’이 눈에 띄었다.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 아이를 밴 여성 등의 그림이 그려진 흰색 바탕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옆엔 만삭의 그림이 그려진 ‘임산부 배려석’ 안내 스티커도 나란히 붙어 있었다.

‘임산부’와 ‘임신부’의 차이는 뭘까. 교통약자석 스티커에 있는 여성은 ‘임산부’, 임산부 배려석 스티커에 있는 여성은 ‘임신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임신부(姙娠婦)는 아이를 밴 여자, 임부를 뜻한다. “만삭인 임신부는 걸을 때마다 숨이 차고 허리가 아파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우리가 자주 헷갈리는 임산부(姙産婦)는 임부와 산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즉, 아이를 밴 여자와 아이를 갓 낳은 여자를 통틀어 부르는 단어이다. “아기를 낳은 후 임산부는 2주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했다”처럼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교통약자석 스티커에 있는 영아를 안고 있는 여성과 아이를 밴 여성을 통틀어 ‘임산부’라고 칭할 수 있다. 반면 임산부 배려석 스티커에 있는 여성은 만삭의 모습이므로 ‘임신부 배려석’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안내하고 있는 독감백신 무료예방접종 대상자에 올해부터 임신부가 포함됐는데, 이때에도 ‘임신부’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독감 관련 안내 문구에 따르면, 예방접종 시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임신부와 태아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부가 독감에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더 높다고 하니 접종을 하는 것이 좋겠다.

임신부는 소중한 생명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10개월 동안 불편한 몸으로 지내야 한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면 걷기도, 오래 서 있기도 힘들어진다. 버스나 지하철 이용 시 ‘임신부 배려석’을 비워 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임신부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배 속의 아기와 함께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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