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기구 설치ㆍ전문가 양성 필요…운영ㆍ성과 평가에 반영해야"
한국의 규제비용관리제도가 영국,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로 작성한 '규제비용관리제 운영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7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우선 영국과 미국의 규제비용 관리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영국은 규제비용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2011년 원인원아웃 제도를 도입한 후 원인투아웃 제도를 2013년 시작했다"며 "이후 3년 6개월간 약 15.2억 파운드(약 2조3000억 원)의 기업 관련 규제비용을 감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기업 활동과 관련한 규제를 대상으로 각 부처에게 기업비용의 감축목표치를 제시하고 일괄적으로 기업규제 비용을 감축토록 하는 기업비용감축목표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서는 이후 3년간 약 95.9억 파운드의 기업 관련 규제비용을 감축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한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2017년 행정명령으로 규제총량관리제를 도입했다.
규제를 신설ㆍ강화하면서 발생하는 규제비용의 2배 이상만큼을 기존 규제비용에서 절감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제도 도입 이후 2년간 약 316억 달러(약 36조7000억 원)의 규제비용을 감했다. 같은 기간 신설ㆍ강화한 규제 개수는 17개, 폐지한 규제 개수는 243개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국의 규제비용관리제을 언급했다.
한국의 규제비용관리제는 2016년 정식 출범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규제비용관리제 성과에 대한 공식 보고서 공개가 중단된 상태다. 정식 제도 출범 후 규제비용 감축 효과도 줄어드는 등 당초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영국이 규제비용감축목표제를 도입한 2015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4조3000억 원의 규제비용을 감축하는 동안, 한국은 8600억 원의 규제비용만을 감축했다.
이 교수는 규제비용관리제의 개선을 위해 △제도 설계 △거버넌스 △운영과 성과의 세 가지 측면에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제도 설계를 미국과 영국처럼 규제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같이 기업의 부담이 큰 규제를 선별하여 규제비용관리제의 대상으로 삼아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고 현재의 규제 총량 관리에서 영국과 같이 규제 비용 감축 목표를 각 부처와 규제개혁위원회가 정하고 부처 계약의 형태로 이행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규제비용 점검을 위한 통합 기구를 설립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설강화규제를 고려한다면 상당한 인력의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규제비용을 점검하는 인력은 소수"라며 "또한 규제조정실의 경우 순환보직제로 인해 2년 정도마다 구성원이 바뀌는 까닭에 직원들의 노하우, 네트워크 등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시기별 제도 운영 성과 발표와 부처 평가 항목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총리 훈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6개월마다 규제비용관리제의 운영에 대한 성과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발표해야 하지만, 현재 보고서 공개가 중단된 상황"이라며 "규제비용관리제의 운영과 그 성과는 각 정부 부처의 규제개혁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비용 관리 성과를 기준으로 부처 평가를 해 중앙 부처가 스스로 규제를 개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익환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규제비용관리제가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영국과 미국의 사례에서와같이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규제개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규제비용관리제를 영국의 기업비용감축목표제와 같이 확대ㆍ개편하고 규제개혁 성과가 우수한 부처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