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이동통신) 전자파 괴담’과 관련해 최근 서울과 인천, 경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상가 단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주민 간 불화가 일고 있다. 통신사 5G 기지국 구축을 위한 주민 협의회에서 전자파 유해성을 우려하는 주민과 통신 속도가 느려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는 찬성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G 스마트폰을 구입하고도 되레 LTE보다 못한 ‘통신 난민’ 생활을 하는 주민들은 하루 하루가 곤욕이다.
◇통신 3사, “5G 전자파 안전성, 정부가 국민 설득해야” = 통신 3사는 5G 전자파 괴담과 관련해 “주민들이 ‘5G 전자파 괴담’으로 인해 막연한 두려움으로 기지국 설치를 막고 있다”며 “정부가 전자파 위험도가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인 곳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파법상 통신사가 기지국을 설치하려면 사전에 전파관리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기지국 설치가 완료되면 전자파 수치가 인체보호기준 이내 임을 증명하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전자파강도측정 검사도 합격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과기부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등 3중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5G 전자파 유해성은 없다”고 항변했다.
본지가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3사에 공동 질의를 벌인 결과 통신사들은 “정부와 관계기관의 촘촘한 검증을 받아 5G 기지국을 설치하는 만큼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국내 전역 아파트와 상가단지 등의 5G 기지국 반대 민원에 대해 KT는 “과기부와 전문기관 등과 연계해 전자파 주민설명회, 전자파 강도 측정을 벌여 주민을 설득하고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실제 기지국 설치를 반대하는 곳은 설치를 하지 못하거나 일부는 철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KT와 같은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LG유플러스는 ‘소비자 역차별 피해’를 우려했다.
LG유플러스는 “검증되지 않은 5G 전자파 유해성 괴담이나 오해로 기지국 구축에 차질이 생기면, 결국 5G 서비스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고객들이 생겨나 제2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5G 전자파 괴담에 관한 통신사 자체 대책’에 대해 물은 결과 3개 통신사 모두 “전파법에 따른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독립적인 대책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은 대책 마련과 관련해 5G 기지국을 설치하려면 전파관리소 심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자파 강도측정 검사, 과기부 최종 승인 등 겹겹의 법적 장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5G 전자파 안전성 입증 문제는 “안전검사를 하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 2G, 3G, LTE 모두 전자파 문제는 발생했고, 그 때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며 “주민설명회를 벌이고, 전자파 강도 측정 기준치를 넘지 않아 안전하다고 해도 무조건 반대하는 민원인을 설득시키기에 기업 차원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게 ‘5G 전자파 괴담’”이라며 “국내에서도 지난 4월 5G 상용화 이후 특정 질병이 비례해 늘거나 생기는 상관관계가 입증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 ‘5G 전자파 위험’에 무선기지국 설치 보류한 유럽과 미국 =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5G 전자파 위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수많은 테스트 시험을 진행 중이다. 해외 유력 매체와 연구기관 역시 ‘5G 전자파’ 위험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실제 국민 건강권 침해를 우려해 기지국 설치를 보류한 곳도 여럿이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5G 스마트폰 사용이 ‘뇌종양·자폐증·불임·심장 종양·알츠하이머’ 발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고, 스위스에서는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수천명의 시민이 기지국 구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5G 전자파를 우려하는 스위스 전문가들은 ‘5G 안테나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이전 이동통신 기술과 비교해 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스위스의사협회(FMH)도 5G 기술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스위스 시민들은 ‘5G의 안전성을 확인할 때까지 기술 도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등 일부 주에선 시민 온라인 청원에 5G 기지국 건설을 전면 유보했다.
5G 전자파에 대한 인체 위협 논란은 2017년 35개국 과학자와 의사 180명이 유럽연합(EU)에 청원을 내면서 불거졌다. 5G 전파는 파장이 짧아 10~12채 건물마다 안테나를 설치해야 해 인체에 무선 전파 노출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우려였다. 이들은 5G 전파 고주파와 더불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전파를 스마트폰에 집중해 쏴주는 ‘빔포밍’ 기술을 더 경고했다. 빔포밍 기술을 쓰면 데이터 통신량이 많을 때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전파 양이 급증, 그 만큼 인체가 다량의 전자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급기야 미국 샌프란시스코 밀 밸리 시의회는 5G 무선 기지국 설치를 전면 금지했다. 5G 고주파 위험성과 과도한 기지국 설치에 따른 주민들의 전자파 노출을 우려해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5G 괴담’은 막연한 두려움보다 정부와 통신사의 안일한 대응이 소비자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소비자단체에서 5G 전자파 위해성을 점검할 기술력이 없는 데다, 과기부나 전파진흥원 등의 기관이나 통신사가 전파 위해성에 대해 더 고도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며 “전자파 위해와 관련한 ‘5G 괴담’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흘리지 말고, 국민 우려에 대해 합당하고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객관적인 결과물로 국민과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자파 역시 방사능 유출 문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위협의 정도가 차이가 있을뿐 방사능 기준치를 측정하며 관리하듯 전자파 역시 인체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지속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