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 투자자라면 가지고 있는 코인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한 번쯤은 고민했을 텐데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구매 후 그대로 가지고 있거나, 개인 지갑으로 이동해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유한 가상화폐의 채굴방식이 지분증명(PoS) 방식이라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지 보관만 하기엔 아쉽습니다.
◇보관 서비스 늘어날 듯 = 몇몇 가상화폐 거래소는 지분증명 방식의 코인을 고객에게 위임받아 대신 채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달 6일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테조스(XTZ)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는데요. 그동안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오던 서비스를 일반 투자자에게도 제공하기로 한 것이죠.
테조스는 위임증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코인을 예치하고 네트워크에 유지와 기록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스테이킹 서비스에 참여한 고객의 테조스를 한꺼번에 운영해 네트워크로부터 받은 보상을 고객에게 3일마다 한 번씩 5%까지 돌려주겠다고 하네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도 지난달부터 이오스(EOS)의 네트워크 참여 대표자 선정에 참여하면서, 이오스 보유 고객에겐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오스는 21개의 대표자들이 네트워크의 기록과 유지를 하고 있는데요. 이들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하기 위해선 이오스를 가지고 있어야 하죠. 이를 빗썸이 대신하고 보상을 받아 이오스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사실 세계 어느 가상화폐 거래소보다 빠르게 스테이킹(테조스에선 베이킹이라 함) 서비스를 해온 곳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이었습니다. 코인원은 지난해 10월 테조스를 시작으로 코스모스(ATOM)까지 2종을 서비스하고 있죠. 앞으로 스텔라루멘(XLM)과 온톨로지 등 다른 코인도 추가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대형 수탁 서비스도 생겨나 = 스테이킹 서비스가 코인 채굴을 간접 참여하는 서비스라면, 안전하게 보관하는 서비스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인데요. 비트코인 선물 거래 플랫폼인 백트(Bakkt)는 11일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탁 서비스 ‘백트 웨어하우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백트는 판테라 캐피털, 갤럭시 디지털, 타고미 등 초기 고객으로 참여하기로 했고, 다른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ICE의 지원을 바탕으로 폭넓은 기업 고객을 유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량의 코인을 다루는 기업 입장에선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한데, ICE의 평판과 신뢰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죠.
기술적인 면에서도 웨어하우스는 물리적 인프라, 운영,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광범위한 자산 보호 장치 등, 전용 네트워크 구축, 지리적으로 분산된 키 관리, 24시간 모니터링과 경호, 사고대응팀 운영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두나무 자회사인 디엑스엠(DXM)이 9월 25일 기업 전용 수탁 서비스 ‘업비트 세이프(Upbit Safe)’를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하드웨어 지갑 생산 업체 ‘렛저(Ledger)’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용 보관 서비스 렛저 볼트(Ledger Vault)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용 다중 계정 체계, 분산 콜드 월렛, 출금 한도 지정, 화이트 리스트 등의 보안 솔루션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스테이킹 vs 수탁 vs 디파이 = 미국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와 금융 기관이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규제 기관과도 소통이 이뤄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자칫 가상화폐 수탁과 스테이킹이 서비스가 금융수신으로 분류될 때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기 있었는데요. 앞으로 제도의 모호성이 해결되면 다른 업체들도 계속해서 수탁과 스테이킹 서비스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화폐 투자자 입장에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겠죠.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애플리케이션(디앱)에 예치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디파이 서비스 중에선 투자자가 코인 예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일정량의 보상을 받는 서비스가 있는데요.
앞으로 스테이킹과 디파이, 수탁 등 서비스가 막대한 가상화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