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배님들 화이팅! 수능 대박 나세요."
서울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져 옷을 여미는 시민이 많아진 14일 아침. 길거리와 다른 온도를 보인 곳이 있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장이 바로 그곳. 이른 아침부터 모인 학생들과 교사들이 정문에 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번 수능시험은 전국 86개 시험지구, 118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54만8734명이 지원했다.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앞에서 벌어진 응원전은 운동경기를 연상케 했다.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 수험생이 보일 때마다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학교 간 경쟁 덕분에 춥고 긴장된 분위기 대신 활기가 가득 찼다. 교사들도 제자들에게 "차분하게 시험 잘 보고 오라"며 따뜻한 덕담도 건넸다.
학생들은 평소 알고 지낸 수험생 선배를 아낌없이 응원했다. 선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혜수(17) 양은 "친한 선배님들이 많다 보니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부터 응원에 나왔다"며 "선배님들이 갈고 닦은 길을 우리도 열심히 달려가겠다"라며 밝게 웃었다.
관악고등학교 김원(17) 군은 "선배님들이 시험 잘 볼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아침 6시 30분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선배님들은 운동부라 수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잘 봤으면 좋겠다"며 "나도 빨리 수능을 보고 성인이 되고 싶다. 성인이 되면 새벽에 PC방에서 게임을 할 것"이라는 소박한 꿈도 밝혔다.
수험생인 선배들을 응원하는 학생들보다 더 애타는 사람이 학부모다. 이날 학부모들은 수험생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내며 손을 꼭 잡아주거나 안아주며 힘을 실었다. 얼굴을 매만지며 수험생 생활을 잘 견뎌준 아들을 기특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여의도에 사는 최현숙(53) 씨는 "아들이 수능을 보고 오면 갈비찜을 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씨는 "우리 아들뿐만 아니라 수험생들 모두가 고생했을 거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며 "밝은 모습으로 정문을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55분. 시험장 입실 시간인 오전 8시 10분까지 15분여 남은 상황. 여의도고등학교 정문에 경찰 오토바이 두 대가 나타나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험표를 전달해주기 위해 온 것.
경찰은 "한 학생이 인근 편의점에 수험표를 놓고 갔다고 점주가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수험표를 학생에게 돌려주기 위해 급히 이곳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구청 직원들도 학부모나 학생들만큼 일찍 아침을 열었다. 여의도고등학교와 여의도여자고등학교 등 시험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출구 앞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 보세요"라며 힘을 북돋아 줬다.
이홍재 영등포구청 교통행정과장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전 8시 10분까지 이곳을 지킨다"라고 말했다. 이어 "응원하는 것 외에도 늦게 도착하는 학생을 시험장까지 수송하려고 대기한다"며 "작년에도 막바지에 온 친구들이 있어서 태워준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에서 3개 고등학교가 시험장이라 길을 묻는 수험생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