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발전기금이 공익법인 최초로 위탁운용에 나선다. 지수 등을 추종하는 ‘패시브’ 방식으로 위탁기금을 운용키로 한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일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금융자산 외부위탁운용기관(OCIO) 선정을 위해 제안 요청서를 공고하고 OCIO 선정 과정에 돌입했다. 입찰은 26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되며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6년간 관련 기금을 운용하고 전체 재산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서울대 발전기금 관계자는 “공익법인 최초로 위탁운용에 나서게 됐다”며 “위탁 자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패시브한 글로벌 인덱스’ 범위에서 운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발전기금은 크게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나뉜다. OCIO는 운용에 대한 제약 조건이 풀린 보통재산을 운용ㆍ관리하게 되며, 보통재산의 경우 6월 말 기준으로 2000억 원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OCIO는 ETF 방식으로 위탁기금 전반을 운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금운용 시장이 ETF 중심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인덱스 펀드 등 기존 패시브 운용 방식과 비교해 보수가 저렴하다는 점이다. 실제 ETF로 운용할 경우 보수율이 평균 15베이시스포인트(bp)에서 3.6bp 까지 낮아져 효율적인 위탁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금을 위탁운용 할 경우 가장 많은 비용이 운용 보수에 투입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ETF의 낮은 보수율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ETF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손쉽게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담는 방식으로 해외자산 편입도 가능하며 리츠나 채권 등도 ETF를 통해 담을 수 있어서다.
사립대학기금ㆍ공제회 등 민간기금도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덱스 펀드에 대한 수요를 ETF로 대체하려는 기금의 움직임이 보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유력 자산운용사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보수 수익보다는 ‘국립대’와 ‘공익법인 최초’ OCIO라는 상징성을 선점하고 ETF 운용 역량도 발휘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유수의 자산운용사가 속속 입찰에 나섰다.
내년 조 단위를 보유한 기금들도 OCIO 선정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확대는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ETF 중심으로 자산관리 시장이 개편되는 것은 보수 측면에서도 좋은 일”이라며 “OCIO 시장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