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날씨도 춥고 경제도 춥다. 경제 곳곳의 미세먼지도 있다.
이달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0%다. 상반기(5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P) 빠졌다. 내년은 2.3%로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 역시 올해 5월 전망치보단 0.2%P 내린 수치다.
올해 총소비는 전년보다 3.1% 증가하지만, 총고정투자는 설비투자(-7.0%)와 건설투자(-4.1%)의 동반 부진으로 인해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총수출은 물량이 1.0% 늘지만, 금액은 9.6% 감소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단가 하락이 수출액 감소의 주된 배경이다. 여기에 서비스수지 적자로 경상수지 흑자 폭은 지난해 764억 달러에서 575억 달러로 축소를 전망했다. 투자 감소, 단가 하락 등 경제 미세먼지가 우리 경제를 괴롭히는 꼴이다.
다만 내년엔 올해보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고,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수출은 1분기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전망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2.3%다. 총소비 증가율은 3.1%로 유지되지만, 설비투자(8.0%)가 반등하면서 총 고정투자는 올해보다 1.6% 증가로 예상했다. 총수출도 물량은 3.2%, 금액은 4.0%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단 수입액이 함께 증가하고, 서비스수지는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589억 달러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전망했다. 성장률 회복 요인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회복세와 올해 투자·수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하지만 국책기관의 전망치는 민간 기관에 비하면 꽤 후한 편이다. KDI의 전망 발표에 앞서 LG경제연구원과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로 제시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9%로 민간 기관은 대부분 1%대 후반에 머물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KDI의 전망치가 맞기 바라지만 달성 여부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또 이달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선 8개월 만에 ‘부진’이란 표현을 뺐다. 4~5월 그린북에서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수출을 ‘부진하다’고 평가했고, 이후에는 수출과 투자를 ‘부진한 흐름’으로 표현했다. ‘부진’이란 표현이 삭제됐지만 그렇다고 경기 개선으로 봐서도 안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출 및 투자의 부진의 지속이라는 표현을 7개월간 지속했는데, 그보다는 여기에서 쓴 표현인 3분기 생산·소비증가세 증가하지만 수출과 건설투자는 감소세가 이어진다는 표현이 우리 경제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민간 보고서, 자료 등을 보면 수출과 투자 부진이 불안 요소로 등장하며 부진 원인으론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꼽는다. 특히 정부의 발표 등에 자주 등장하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다. 마치 핑계를 대는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대외 요인을 무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봄을 위해선 대외 불확실성보다 이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확실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