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 인수…"빠른 의사결정으로 시너지 기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오렌지라이프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수 9개월 만으로, 시장 예상보다 빨랐다.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그의 '원(One) 신한'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관련 업계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40.85%)을 취득하기로 했다. 주식 취득 시점은 내년 1월로,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1주에 신한지주 보통주 0.66주를 교환한다.
신한금융 주주의 20%가 반대하거나,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5000억 원 이상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계약이 취소될 수 있지만, 회사 측은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당근책'을 마련해놨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규제 변화 등 국내외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영체계가 갖춰졌다"며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고객의 편익과 영업경쟁력 강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물리적 결합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월 신한금융은 공동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부 인력과 부서를 교환·배치했다. 이달 초에는 전산시스템 통합 작업에도 착수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을 합치면 67조2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에 이어 업계 4위다. 두 회사는 포트폴리오도 겹치지 않는다. 주력 상품 부문에서 신한생명은 종신보험과 정기, 암보험에 강점이 있고, 오렌지라이프는 변액보험 부문에서 두각을 보인다.
관건은 내부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오랫동안 외국계 자본에 속해 있었고, 지금도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신한생명은 위계질서가 분명하다.
이런 '벽'을 허물기 위해 최근 신한은행과 카드 등 계열사 임직원 20여 명은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만나 애자일 조직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내 별도의 자회사로 운영해 각 사가 가진 고유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통합 시점은 새 회계제도(IFRS17)와 킥스(K-ICS)가 도입하기 전인 내년 말 또는 2021년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