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효과로 올해보다 0.1%포인트 높아”…한국 기업 신용 전망 ‘부정적’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9일 정치적 불확실성과 세계 경제 둔화로 한국의 2020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한국 기업의 신용 여건은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무디스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신용평가와 공동 주최로 연 ‘2020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정부신용평가 담당 전무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2.1%로 올해의 2.0%보다는 미미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기저효과가 조금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정부나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전망과 차이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0일 “내년 경제 성장률은 2.2~2.3%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KDI는 2.3% 성장을 낙관했다.
무디스는 한국에 대해 신용등급 ‘Aa2’, 등급전망 ‘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인 여건 및 재정 능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구즈만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미중 분쟁으로 무역 규모가 감소했고 최근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도 주의해야 한다”며 “한국은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이고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수출량이 크게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bottoming-out) 형태의 현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또 국내의 전반적인 수요도 꽤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갈등도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 평가했다.
구즈만 이사는 “특히 재정·통화정책으로 인해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정부 지출과 관련해 더 많은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금리가 인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한국 기업의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무디스가 평가하는 국내 24개 민간기업 중 14개 기업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다. 대부분이 수출기업으로 무역분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크리스 박 무디스 기업평가 담당 이사는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무역분쟁의 지속으로 인해 한국의 많은 수출 주도 기업의 올해 수익성이 약화됐고 높은 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면서 재무구조가 약화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로 자금조달 환경은 우호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에는 테크업종과 철강, 화학, 정유 업종에서 수익성 감소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20년 일부 업종은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으나 그 폭은 제한적이며 수익성은 지난해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 이사는 “내년 반도체 업종의 회복이 점진적으로 이어지면서 테크업종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며 자동차 업종은 신차 모멘텀에 의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정유화학 업종은 올해 정제마진이 지나치게 안좋았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