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한 앞두고 연일 기싸움...'대북제재 해제' 선행여부가 관건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을 한 달여 남기고 미국과 본격적인 기 싸움에 들어갔다.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한 미국은 “성의를 보이라”며 북한 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은 연일 고위층이 격한 반응을 보이며 적대정책 철회부터 하라고 맞서는 중이다. 조만간 열릴 것처럼 기대를 모으던 북미 간 실무협상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에 이어 19일에는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과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날선 발언에 가세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날 새벽 “대북 적대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의 틀거리 내에서 조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문제들을 함께 토의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 사이에 신뢰 구축이 먼저 선행되고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비롯한 체제 안전 문제와 함께 대북 제재 해제가 가시화돼야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연기가 아니라 ‘완전한 중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 누구에 대한 배려나 양보로 묘사하면서 마치도 저들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 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에는 김명길 대사가 등장해 미 국무성이 12월 중에 스웨덴에서 다시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했음을 공개하면서 미국 측을 비난했다. 김 대사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 대화는 언제 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스웨덴 측이 10월 초 조미실무협상 장소를 제공하고 편의를 보장해준 데 대하여 평가한다”면서도 “조미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 이상 조미대화 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더 이상 3국을 내세우면서 조미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이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내달 장소나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실무 협상 재개 가능성 자체를 일축하는 발언인 셈이다. 미국 측 반응도 회의적이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출연해 “올해 실무협상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북한은 제재 완화를 고집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실무협상 전제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고수할 경우 협상 성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