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상회담 가시화, 수출규제 풀어야

입력 2019-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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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22일 자정 종료 예정이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일시 연장키로 함으로써 양국 간 대화의 물꼬는 트였다. 양국은 다음 달 정상회담도 추진키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3일 가진 회담에서 정상회담 조율과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합의했다.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은 수출규제 문제 논의가 조건으로 달렸다. 당연히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개별심사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가 철회돼야 한다는 게 전제다. 하지만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유지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여전히 강경하다. 갈등의 해결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일본 정부가 7월 우리 업계의 대일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한 지 5개월이 지나고 있다. 다행히 그동안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의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국내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피해를 막은 성과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최근 이 같은 입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가 오래갈 경우 생산라인 중단 등의 위기감이 컸으나, 지금까지는 예정된 생산물량을 채우는 등 별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재고 물량의 생산라인 투입을 효율화하고 수입선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는 한편, 국산화에 집중한 노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이 잘못된 수출통제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부분적으로 이들 품목의 수출허가를 내준 것도 숨통을 틔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당장 시간은 벌었지만 불확실성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생산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양국이 하루빨리 타결점을 찾아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한·일 양국이 서로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로 충돌할 경우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예측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본 산업에 타격을 줄 한국의 수출 품목은 거의 없고, 일본의 수출규제로 생산차질이 빚어지면 한국 GDP 손실은 0.04∼6.26%에 달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최고 GDP 0.09% 감소로 피해가 극히 미미하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산업 자립도 더 가속화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한·일 간 분쟁 해결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지만, 또다시 일본의 불합리한 횡포로 우리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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