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서 50대가 모두 대표 꿰차
전통 유통업체들이 50대 대표로 세대교체에 나섰다. 소비력이 높은 젊은 세대를 공략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25일 발표했다.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고, 현대리바트 대표이사에는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 승진, 기용됐다. 한섬 대표에는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시장이 사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이번 현대백화점의 인사의 특징은 50대 사장을 전면에 앞세웠다는 점이다. 김형종 신임 대표는 1960년 출생으로 59세다. 1958년 생인 전임 박동운 대표보다 2살 어리다. 김 사장은 국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뒤 목동점장과 상품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한섬의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윤기철 현대리바트 신임 대표도 1962년 생으로 올해 57세다. 윤 신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후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팀장과 목동점장을 거쳐 현재는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을 수행하고 있다.
신임 한섬 대표로 승진한 김민덕 사장은 1967년 생, 52세로 가장 젊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와 1990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을 거쳐 2017년 한섬으로 이동해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부사장)을 맡고 있는 재무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50년대생 경영진의 관록과 경륜을 통해 회사의 성장과 사업 안정화를 이뤄왔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경영 트렌드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통 유통업계에서 50대 기수론에 불을 지핀 업체는 이마트다. 신세계 그룹은 매년 12월 1일 자로 정기 인사를 내던 관례를 깨고, 지난달 이마트 부문에 대한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2014년부터 6년간 이마트를 이끌어오던 이갑수 사장 대신 1969년 생으로 올해 만 50세인 강희석 신임 대표가 올랐다. 1957년 생인 전임 이 대표와는 열두 살 차이가 난다. 더욱이 이마트가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한 것은 창업 26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전통 유통업체가 대표 교체에 나선 배경에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감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대처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3.8% 줄어든 609억 원을 기록했다. 면세점을 비롯해 백화점 영업이익이 갈수록 떨어지며 올해 현대백화점 전체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마트 역시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내며 부진에 시달려왔다.
젊은 오너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은 감각의 대표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정지선 회장은 1972년 생으로 47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68년 생으로 51세다.
이에 따라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한 롯데 유통부문의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온라인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지난해 8월 롯데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한 롯데는 내년 상반기에 유통 7개사 오프라인과 온라인몰을 통합한 플랫폼을 본격 오픈하기로 한 만큼 젊은 감각으로 사업을 이끌어줄 책임자가 절실하다.
롯데쇼핑 역시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 233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6억 원으로 56% 급감하는 등 어닝쇼크를 기록한 상태라 통상 12월 말에 이뤄졌던 임원인사가 12월 초로 앞당겨질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1956년생(63세)인 이원준 부회장 후임으로 사장급인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60세)와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59세)가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