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흥행에 롯데ㆍ금복주도 16.9도 소주 내놔
‘저도주’와 ‘레트로’가 소주 시장을 주도하는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신제품의 시장진입 허들이 높은 소주 시장에서 레트로 감성의 저도주를 선보인 하이트진로의 ‘돌아온 진로(일명 진로이즈백)’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류업계가 관련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롯데주류는 27일부터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춰 리뉴얼 출시한다고 25일 밝혔다.
롯데주류는 소주를 가볍게 즐기며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리뉴얼한 ‘처음처럼’은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브랜드 로고를 포함한 디자인 요소를 간결하게 정리해 깔끔한 이미지를 한층 강화했다.
금복주도 내달 2일부터 ‘소주왕 금복주’를 선보이고 레트로 마케팅에 동참한다. 이 제품 역시 16.9도 제품으로 국내산 쌀 증류원액을 첨가해 기존 제품보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소주왕 금복주는 과거 금복주 제품의 투명한 병을 그대로 적용하고 캐릭터인 ‘복영감’을 중앙에 배치했다.
롯데주류와 금복주가 잇달아 저도주 제품을 내놓은 배경은 앞서 출시한 ‘진로’의 깜짝 흥행이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임에도 불구 ‘레트로’ 감성과 ‘저도주’ 콘셉트를 더한 ‘진로’가 전성기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것. ‘진로’는 4월 출시 이후 72일 만에 1000만 병 판매 고지를 밟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진로’ 출시 이후 하이트진로의 도전이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사였다”며 “앞서 무학이 16.9도 제품을 내놨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기존 도수를 유지해왔던 주류업계가 도수를 낮추고 레트로 마케팅을 전개한 진로의 성공으로 연말 소주 성수기를 앞두고 앞다퉈 관련 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는 소주 원조 브랜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16.9도로 도수를 낮추고 두꺼비 캐릭터를 담은 투명한 병을 앞세워 출시 초기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30 젊은 층을 겨냥한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광고는 2019 대한민국광고대상 디자인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주업계 3위인 무학 역시 3월 ‘딱 좋은데이’를 리뉴얼 출시했다. 이 제품 역시 알코올 도수는 16.9도다.
소주업계가 16.9도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일각에서는 ‘소주’ 광고의 TV 진출도 기대하고 있다. 현행법상 알코올 도수 16.9도 주류는 밤 10시 이후 TV 광고가 가능하다. 기존 17도대의 소주는 광고가 불가능했지만 도수를 낮춤으로써 TV 광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소주는 매장 판촉물과 인쇄물 광고만 가능해 제품을 알리는 데 제약이 컸다면 저도주 제품 증가로 수지(처음처럼)와 아이린(참이슬)의 TV 광고도 기대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