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카나비 사건',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넘겼다…팬들이 청산한 게임계 '적폐'

입력 2019-11-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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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의 프로게이머 '카나비' 서진혁과 소속팀 그리핀의 불공정 계약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사태 해결에 힘을 얻고 있다. 팬들의 적극적인 홍보 덕에 그릇된 관행도 바뀌어 나가는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일 게재된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의 징계 재조사 촉구” 청원이 27일 20만 명을 넘어섰다. 게임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일주일 만에 청와대 측의 청원 답변 조건인 20만 명을 달성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추천 청원에 대해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각 부처 및 기관의 장, 대통령 수석·비서관, 보좌관 등)가 답하도록 하고 있다.

(출처=스틸에잇 홈페이지 캡처 )

'카나비 사건'은 서진혁의 강압 이적 의혹과 불공정 계약에서 시작됐다. 김대호 전 감독은 당시 소속팀인 그리핀의 조남규 전 대표가 서진혁의 중국 이적 계약을 강압적으로 체결했다고 폭로했다. 서진혁의 계약 내용도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선수 실력이 떨어질 경우'라는 주관적인 조항으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거나, 선수가 30일 이상 입원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연락이 끊기면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5000만 원 그간 지급한 모든 돈'을 팀에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달았다. 서진혁 외에 다른 선수에게도 적용됐다.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운영위원회의 사후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LCK 운영위원회는 김대호 전 감독과 조남규 전 대표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팬들은 "김대호 전 감독에 대한 보복"이라며 반발했다. 조남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조사를 요구했으나 김대호 전 감독에게는 라이엇코리아 자체조사를 시행해 증언에 기댄 처벌이라는 것이다.

팬들은 선수 계약은 물론 사후 징계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태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팬들의 홍보 덕에 주요 일간지와 게임 매체는 물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사태에 개입했다. 증거를 확보하고,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게임계 '적폐'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출처=스틸에잇 홈페이지 캡처 )

그 결과 그리핀을 운영하는 '스틸에잇'은 관련 의혹을 모두 인정했다. 스틸에잇은 2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서진혁 선수를 자유계약 신분으로 풀어줬고, 다른 선수와 맺은 '불공정 계약'도 파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계약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스틸에잇과 그리핀은 이번에 발생한 모든 문제를 직시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과 불공정한 조항을 삭제한 새로운 계약서로 계약을 다시 맺고, 자유계약을 요구한 선수들은 의사를 존중해주겠다고도 했다.

하태경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리핀이 사과했더라도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된다"라며 "LCK 운영위원회가 이른 시일 내에 관계자들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전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핀과 스틸에잇에 이어 비판의 칼날은 라이엇코리아와 한국e스포츠협회를 향하고 있다. 팬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라이엇코리아, 한국e스포츠협회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팬들 덕분에 판이 유지되고 있는데 잔뼈 굵은 사람들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라이엇코리아와 협회의 유착관계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사건 초기부터 여러 방면으로 개입했고 지금도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고, 조만간 LCK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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