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한 점과 관련해 "기사를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혁신특위 회의에서 "아무리 당리당략을 위해 못할 일이 없는 한국당과 나경원이라지만, 어떻게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 남북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바라는 한반도 평화까지 위협할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의 열망인 한반도 평화를 막아서는 일을 이야기한다는 건 선거 승리를 위해선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세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면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니 국가적 망신"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다. 분간을 못 하면 제1야당의 원내대표란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날 세웠다.
이 대표는 국회 개혁안에 관련해서는 "20대 국회에서 국회 혁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 혁신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20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법안 발의는 물론이고 통과까지 애써달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역시 "나 원내대표는 한국 국민이라는 자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며 해괴한 궤변으로 상황을 모면할 게 아니라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오전 상무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의 선거 승리를 위해 한반도 평화를 동맹국가와 거래하려는 정당이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라는 것은 우리 국가의 불행"이라며 "나 원내대표는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께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한 매체는 27일 "나 원내대표가 지난주 방미 과정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에게 내년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을 피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따로 입장문을 내고 "내년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이 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지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방미 중 전달한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