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대 성과급 반도체, 올해는 축소될 듯… 정유사도 예년만 못 해
A씨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적자 늪에 허덕이는 기업에 근무 중인 B씨는 성과급은커녕, 내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올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하면서, 연초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 봉투도 얇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최대 성과급을 받았던 삼성전자 반도체 업종 직원들은 성과급 규모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을 이끈 반도체 부문은 작년 12월 기본급의 최대 500%에 해당하는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또 올 1월에는 초과성과인센티브(OPI)로 연봉의 50%를 지급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한 관계자는 “잘 받았으면 좋겠는데, 올해 실적이 작년에 비해서는 초라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0조5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조8100억 원보다 71% 줄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공지한 예상 OPI는 이미 반토막 수준이다. OPI는 전년 초에 세운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다. 매년 1월에 지급하는데,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미리 공지한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에는 연봉의 23∼30%,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에는 22∼29%를 지급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 초 지급된 OPI가 DS부문에서 최대치인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부문 무선사업부 역시 지난해 46%에서 올해는 24∼28%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4분기 실적에 따라 OPI 규모가 최종 확정된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월 기준급의 1700%에 달하는 성과급 받았는데, 올해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3% 급락하는 등 실적이 추락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최대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TV와 세탁기 직원들은 500%, 공기청정기는 450%, ‘코드제로 A9’을 판매하는 청소기는 400%, 냉장고는 350%를 받았다.
올해 역시 가전과 TV 사업은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다만 건조기 사태 등이 변수다.
듀얼 스크린으로 판매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적자인 모바일 사업부에도 격려금이 지급될지 주목된다. 올 초에는 15분기 연속 적자였던 모바일 사업 부문에도 격려금 명목으로 최대 150만 원의 보너스를 줬다.
특히 LG전자는 내년부터 C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은 직원에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가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높은 성과급을 받기로 유명한 정유업계도 예년만큼 성과급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석유 사업에서 일제히 적자를 냈던 정유사들이 올해도 큰 폭의 실적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정제마진 역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4분기에는 어닝쇼크까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성과급 역시 예년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에 기본급의 850%, GS칼텍스는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에쓰오일은 월 기본급의 350%를 지급했다. 이는 900~10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던 2017년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으로, 올해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성과급을 받는 기업에 다니는 직원은 행복한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기업 임직원들은 퇴직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연말 성과급 계획이 없는 기업 비율은 지난해(62.6%)보다 6%포인트 늘었다. 2017년(68%), 2016년(63.4%), 2015년(64.6%)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정부 정책 변화로 인해 비용이 늘어난 데다, 한일 경제 갈등과 미·중 무역 전쟁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며 기업 실적이 하락한 탓이다.
실제로 올 3분기까지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거의 반 토막 났다. 매출액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579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3분기 누적(1~9월) 매출액은 1487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82조 원)은 1년 전보다 38.77% 줄었다. 순이익은 5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9% 급감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율은 2011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