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차이, 구글·알파벳 CEO 겸임하게 돼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서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을 함께 내려놓았다고 3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보도했다.
래리 페이지는 알파벳 CEO에서 물러나고 피차이가 구글과 알파벳 CEO를 겸임하게 된다. 브린은 알파벳 사장에서 사임, 이와 함께 사장 직책은 사라진다. 다만 페이지와 브린 모두 알파벳 이사 자리는 유지하며 경영에 참여한다. 알파벳은 이날 발표한 인사 사항이 즉시 적용된다고 밝혔다.
페이지와 브린은 공동 성명에서 “구글은 1998년에 탄생했다. 회사가 인간이라면 21세의 젊은 성인이 돼 보금자리를 떠날 때”라며 “오랫동안 회사의 일상 경영에 깊이 관여한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지만 이제 조언과 사랑을 제공하되 매일 잔소리는 하지 않는 자랑스러운 부모의 역할을 맡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알파벳이 잘 정립되고 구글과 기타 사업이 독립 회사로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조직구조를 단순화해야 할 시기가 자연스럽게 왔다”며 “알파벳과 구글에 더는 두 명의 CEO와 사장이 필요하지 않다. 앞으로 피차이가 구글과 알파벳의 CEO가 될 것이다. 그는 구글을 이끌고 ‘기타 베팅(Other Bets)’ 포트폴리오에서 알파벳 투자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차이는 “페이지, 브린과 우리의 새 역할 아래 계속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며 “그들 덕분에 우리는 영원한 사명과 지속적 가치, 협업과 탐험하는 문화를 갖게 됐다. 이는 우리가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강한 토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창업자이지만 일상 경영의 대부분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와 피차이 등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페이지는 2011년 다시 구글 CEO를 맡았고 슈미트는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15년에는 구글이 알파벳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변하면서 페이지가 알파벳 CEO를 맡고 피차이가 구글 CEO로 취임했는데 4년 만에 다시 큰 경영구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구글은 불과 10년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구글(알파벳) 시가총액은 2010년대 초반 2000억 달러(약 238조 원)에 못 미쳤지만, 올해는 9000억 달러 안팎에 이르고 있다. 구글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약 25% 올랐다.
다만 구글이 성장하면서 각국 규제당국과 의회의 공격 대상이 됐는데도 페이지는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브린 자신도 최근 수년간 일상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자율주행차량과 같은 ‘기타 베팅’에 초점을 맞춰왔다.
페이지와 브린 모두 성명에서 직책은 내려놓지만, 알파벳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두 공동 창업자는 차등 의결구조에 따라 지배적인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페이지는 현재 알파벳 지분 약 5.8%를, 브린은 5.6%를 각각 갖고 있다. 피차이의 지분율은 약 0.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