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브릭스 이상의 고품질 딸기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기 위해 무더위가 한창인 8월부터 전국 딸기 농가 50여 곳을 누볐어요.”
언젠가부터 봄철 과일의 대명사였던 딸기의 출하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면서 유통업계는 추위가 오기도 전부터 각양각색의 딸기를 경쟁젹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빠른 지난달 12일 설향 딸기를 출시했다. 입동이 나흘 남짓 지났을 시기다. 이는 CU의 역대 딸기 출시일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CU가 유통업계에서 가장 빨리 올해 첫 겨울딸기를 내놓으면서 '겨울딸기 맛집'으로 등극할 수 있게 해준 주인공은 바로 이나라 상품기획자(MD)다. 그는 2011년 BGF리테일에 입사해 지난해부터 신선식품 MD로 활약하고 있다.
이 MD는 전국의 딸기 농장을 직접 발로 뛴 결과라면서 “설향 딸기는 국내 딸기의 84%에 이를 만큼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지만, 최근에는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이 됐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추면서 빠른 시일 내 대량 납품할 수 있는 농가를 찾는 게 무엇보다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해 오던 농부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으면 분명히 고객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농가에 믿고 맡겨달라는 신뢰를 얻는 작업에 애쓴 결과 원하는 품질의 설향 딸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 딸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비결은 품질 이외에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점도 주효했다. 물량 확보가 어려운 이른 시기인 만큼 백화점에서 비슷한 품질의 설향 딸기는 한 팩에 1만 원 중후반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이 MD는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CU가 내놓은 설향 딸기는 개시 2주 만에 2만5000여 개 판매를 돌파했고, 과일 매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MD는 이른바 ‘반값 과일’ 시리즈로 편의점에서 과일 카테고리의 전체 매출 신장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과거 편의점에서 과일은 ‘1입 세척과일’이나 ‘컵과일’, ‘미니 과일’과 같은 소용량 상품 위주로 판매됐으나 그는 신선식품팀으로 배치받자마자 과감하게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봉지 단위나 묶음 단위의 대용량 과일을 기획했다.
고객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초특가 과일 1탄인 ‘반값 사과’는 일반 제품의 절반도 채 안 되는 가격을 앞세워 기존 편의점 대표였던 ‘1입 과일’과 ‘컵과일’ 등 스테디셀러를 제치고 단숨에 CU의 과일 판매 1위를 꿰찼다. 2탄인 ‘반값 바나나’ 역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반값 사과’와 엎치락뒤치락 1위 다툼 중이다. 그는 “업계에서 주로 판매하는 1~2입 상품과 비교해 가격을 약 50% 가까이 저렴하게 책정한 것도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MD는 “근거리 쇼핑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편의점에서도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편의점이 전국 농가의 새로운 소비 판로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농가와의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