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노동조합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근로자에게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 규칙이 노조 등의 집단적 동의를 받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 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근로자 김모 씨가 레저업체 A 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김 씨는 2003년부터 A 사에서 연봉계약에 따라 임금을 받던 중 2014년 6월 사측이 노조의 동의를 얻어 도입한 임금피크제 적용을 통보받았다. 김 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A 사는 2014년 10월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을 지급했다.
김 씨는 2014년 3월 연봉 7000여만 원을 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그러나 임금피크제에 따라 같은 해 10월부터 기존 연봉의 60% 또는 40%를 삭감해 받았다. 이에 A 씨는 기존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재판은 근로자에게 불리하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과 기존 근로계약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ㆍ2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와 다른 내용의 기존 연봉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서 “기존 연봉제 적용을 배제하고, 임금피크제가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며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