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스캔들’로 궁지 몰린 아베, 경기부양에 285조 푼다

입력 2019-12-05 15:10수정 2019-12-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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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4% 끌어올리는 효과 있을 것 기대…재해 복구·경기하강 리스크 대비 등 초점

▲아베 신조(가운데 분홍색 넥타이) 일본 총리가 4월 15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정부 주관의 ‘벚꽃 보는 모임’ 행사에 참석해 초청을 받은 예술가와 운동선수, 기타 손님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베는 이 행사와 관련된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5일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정부 주관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과 관련된 일련의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 총리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5일(현지시간) 26조 엔(약 285조 원) 규모의 새 경기부양책을 확정하고, 이날 각의(각료회의) 의결을 거쳐 발표한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정부·여당 정책 간담회에서 새 경기부양책을 설명하면서 “레이와(令和·올해 5월부터 적용된 일본의 새 연호) 시대의 첫 경제대책에 어울리는 강력한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는 이번 경기부양책이 국내총생산(GDP)을 1.4%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새 경기부양책을 살펴보면, 중앙과 지방정부 재정지출은 13조2000억 엔 정도이며 민간지출이 더해지면 경제대책 규모는 총 26조 엔에 이른다. 재해 지역 복구와 경기하강 리스크 대비,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를 대비한 경제성장 대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베의 부양책은 크게 세 가지를 중점 과제로 두고 있다. 첫 번째는 태풍 19호 등 일련의 자연재해와 관련한 ‘재해 복구·부흥과 안전·민심 안정 확보’다. 이를 위해 홍수 발생 위험이 높은 하천 제방 강화, 비상 수송에 사용될 시가지 도로의 ‘무전주화(無電柱化·전봇대를 없애고 전선을 땅속에 묻는 것)’ 등을 추진한다. 화재로 중심 건물이 전소된 오키나와 ‘슈리성’ 복원 예산도 포함됐다.

두 번째는 경기하강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다. 일본 정부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인식을 유지하면서도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에 선제 대응하려 한다.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여기에 해당된다. 디지털화 등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내년 1월 미일무역협정이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이 협정과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영향을 받는 농림수산업을 지원한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해당되는 ‘취업 빙하기’ 세대의 취업을 돕는 것에도 역점을 둬 국가 공무원 중도 채용 인원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도쿄올림픽 이후에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이다. 여기에는 향후 5년 안에 모든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IT 단말기를 보급하며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를 확대하고 젊은 연구자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기금을 설립한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번 부양책은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 이외에도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아베 총리를 돕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평가다. 아베는 올 봄 열린 벚꽃 행사 당시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해 공적인 행사를 사유화한 것은 물론 조직폭력단 인사를 초청하고 초청자 명단을 정부가 폐기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42%로, 10월 조사 당시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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