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서 프레스콜…2020년 2월 2일까지 공연
2009년 출간 이후 전 세계 35개국에서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스웨덴 소설을 원안으로 하는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올해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에도 ‘젠더 프리 캐스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5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오용, 배해선, 김아영, 오소연, 오종혁, 이형훈, 최호승, 김보정, 임진아, 전민준 등 출연진과 지이선 작가가 참석했다.
연극은 100세 생일날 슬리퍼를 신은 채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훔치면서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리며 겪어 온 스펙터클한 모험이 교차된다.
소설을 연극화 하면서 5명의 배우가 60여 개의 캐릭터를 소화하게 됐다. 알란이 현재(알란의 100세 생일인 2005년 5월 2일부터 약 한달 간 스웨덴)와 과거(알란이 태어난 1905년 5월 2일부터 2005년 5월 1일까지 전 세계 곳곳)에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코끼리, 강아지, 고양이도 포함된다. 형식을 바꾸기 위해선 ‘이름표’가 사용됐다. 1인 다 역 캐스팅 때문에 '캐릭터 저글링'이란 공연계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오소연은 “저희는 어떠한 분장이나 의상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식간에 이름표 하나로 캐릭터를 바꿔야 한다”라며 “어떤 때는 형용사가 되기도 하고, 효과음 형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 작가는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름표로 구도를 잡아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극 중 알란은 스웨덴에서 출발해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인도네시아, 프랑스, 북한 등을 거친다. 미국 트루먼과 존슨 대통령, 중국의 마오쩌둥,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북한의 김일성까지 만난다. 눈길을 끄는 건 지도자 역할을 맡을 때면 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을 여러 번 강조한다는 것이다.
지 작가는 “유명한 지도자가 자신의 이름을 강조해서 부르지만, 결국 알란에게 중요한 건 몰로토프나 구닐라처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존재들”이라며 “위대한 지도자는 자신의 이름을 직접 많이 부르지만, 인간에게 귀한 건 친구들의 이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이번 연극에 대해 ‘체력전’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형훈은 “작품이 끝날 때 모든 배우의 얼굴엔 미소가 띈다”라며 “이야기가 아름답고 희망차게 마무리되는 구조여서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정신적으론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최호승도 “정신적으론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성별, 나이, 인종 구분 없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지만, 궁극적으로 ‘탈 젠더 프리 캐스팅’을 이뤄내고 싶다는 게 작가의 바람이다.
지 작가는 “젠더프리로 공연 장르의 무한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래에는 젠더프리란 말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연극에 담겼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