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경기부양에 나서면 오히려 절벽서 추락”…수출 4개월 연속 감소 등 미·중 무역전쟁 종전 절실한 상황
중국이 ‘경제절벽’ 위기에 내몰렸다. 경기 둔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정책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해 미국과의 무역전쟁 종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부채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어 진퇴양난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류스진(劉世錦) 통화정책위원은 8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2020~202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6%로 둔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류스진 위원은 “중국의 통화정책은 이미 매우 완화된 상태”라며 “경제성장을 잠재 성장률보다 더욱 가속화하고자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면 오히려 중국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경쟁적으로 제로 금리나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 가치 안정성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정책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지난달 4년 만에 단기자금 조달 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18개월째 지속된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그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는 이미 심화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에 그쳐 정부가 분기별 GDP 증가율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올해 증가율 목표치인 6.0~6.5%의 최하단을 찍은 것이기도 하다.
해외 기관들은 이미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6% 선 붕괴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UBS자산운용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중국 GDP 증가율 전망치를 5.7%로 제시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골드만삭스, 노무라홀딩스 등은 5.8%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이날 발표한 지난 11월 수출입은 엇갈린 성적을 냈다. 지난달 수입은 1.4% 감소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을 깨고 전년 동월 대비 0.3% 늘어나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수출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1.1% 감소해 0.8% 증가할 것이라던 전문가 예상을 벗어난 것은 물론 4개월째 감소했다. 특히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23% 급감해 2월 이후 가장 부진했으며 12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일반적으로 11월은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을 앞두고 미국 바이어들이 앞다퉈 제품을 수입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 부진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예기치 못한 수출 감소는 미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가 중국에 얼마나 절실한지를 다시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민은행이나 중국 정부 모두 경제 하강에 맞서고자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싶어도 날로 심각해지는 부채 문제로 행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국의 작년 가계부채 증가율이 18.2%로,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율보다 무려 7.5%포인트 높았다며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금융시스템 전체 안정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말 기준 중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99.9%로, 2017년의 93.4%에서 높아졌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는 1204억 위안(약 20조 원)에 달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도 중국 경제의 심각한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 부채가 현재 총 2조5000억 달러(약 2975조 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로디엄그룹은 8조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