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향년 83세로 별세한 가운데 17조 원이 넘는 추징금의 환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1조 원대 분식회계와 10조 원이 넘는 사기 대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06년 11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개월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9253억 원을 선고받았다. 한국은행과 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한 돈과 해외에 도피시킨 재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 전 회장과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이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은 이후 14년 동안 추징금 미납 순위 1위를 지켜왔다. 이듬해 연말 특별사면을 받았으나 추징금은 그대로 남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재산을 찾아 추징하면서 3년마다 돌아오는 시효를 연장해왔다. 검찰이 지금까지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거둬들인 추징금은 892억 원이다. 전체 추징금 대비 집행률은 0.498%에 불과하다.
김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직접 추징금을 환수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이 추징금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판결받은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로부터 남은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다. 대법원은 김 전 회장이 도피 중이던 2005년 5월 강병호 대우 전 사장 등 임원 7명에게 추징금 23조358억 원을 선고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이들과 공범으로 묶여 추징금을 연대해 부담하게 돼 있다.
실제로 검찰이 현재까지 집행한 892억 원 가운데 5억 원가량은 이들에게서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공동 추징을 선고받은 임원들은 추징금 전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며 “앞으로 임원 등을 상대로 추징금 집행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전날 밤 11시 50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귀국한 뒤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연명 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