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마침내 '민식이법'을 통과시켰다. 여야 비쟁점 법안임에도 큰 논란이 일었고, 처리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1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민식이법을 비롯해 하준이법과 파병 기간 연장법 등 16개 비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민식이법 골자는?…"아이들 더 안전하게 만드는 법"
'민식이법’은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김민식(당시 9살) 군 사고 이후 발의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 사고 발생 때 3년 이상 징역 부과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어린이 상해 사고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기념해 지난달 19일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이 부모는 아이의 영정 사진을 들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통과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민식이법'
이 법은 9월 발의된 이후 지난달 29일 본회의 통과가 예정돼 있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법인 데다, 여야 비쟁점 법안이라 신속한 처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본회의를 앞두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제일 먼저 민식이법을 통과시킨 다음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의 기회를 달라”며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 줄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과 다른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본회의는 무산됐다.
하지만,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조건으로 내걸고, 필리버스터로 민생·경제 법안을 발목 잡았다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나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갈등은 지속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당은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 개혁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다.
◇문희상 국회의장 "민식이법 국회 본회의에 상정"…법안 처리 급물살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섰다. 문 의장은 6일 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 등 여야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막판 협상이 무산된 직후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법안과 민생법안, 내년도 정부 예산안 등을 9, 10일 국회 본회의에 일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 10시 55분 본회의를 개의해 총 239개 안건 가운데 쟁점이 없는 16개 안건을 먼저 상정해 처리한 뒤 오전 11시 48분께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도 큰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만 우선 처리하기로 하면서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자체장이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표지 등을 먼저 설치토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42명에 찬성 239명 기권 3명으로 통과됐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은 재석 227명 중 220명 찬성,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됐다. 유일한 반대표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던졌다.
◇민식군 부모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민식군의 부모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 통과 과정을 직접 지켜본 뒤, 소감을 밝혔다. 민식군의 아버지인 김태양 씨는 "저희가 이렇게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나머지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들도 우리나라 아이들의 안전에 꼭 필요한 법안이니까 20대 국회 남은 시간 안에 다른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들도 좀 챙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해인이법은 소위만 통과된 상태다. 앞으로 전체회의와 법사위 과정이 남아 있다. 이밖에 태호, 유찬이법과 한음이법은 아직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