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상 3상 결과로 업계를 뒤흔들었던 바이오기업들이 새해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들에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개발 과정에서 순탄치 않았던 이들 기업이 글로벌 진출이란 염원을 이룰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메지온과 에이치엘비 등 올해 임상 3상 결과를 내놨던 바이오기업들이 2020년 신약 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메지온은 선천적 단심실증 환자의 폰탄수술 합병증 치료제 ‘유데나필’의 신약허가신청(NDA)을 내년 1분기 미국 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10월 FDA의 심혈관 및 신장계열 부문과 NDA 신청 절차에 관한 미팅을 진행, FDA로부터 NDA 제출 의견을 확보했다.
유데나필은 임상 3상의 1차 평가지표인 최대 운동 상태에서 최대 산소소비량(VO2 max)이 통계학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2차 평가지표인 유산소 운동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의 산소 소비량(VAT at VO2)에서는 통계학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이는 1차 평가지표보다 폰탄수술 환자들에게 적합한 운동능력 측정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유데나필을 복용한 환자군은 VAT at VO2 값이 2.9% 향상했지만 위약군은 1.0% 감소했다.
메지온은 성공적인 2차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내년 2~3월께 유데나필의 NDA를 신청한다.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일정대로 NDA를 제출하면 신속심사를 통해 내년 중에 허가 여부가 판가름 난다.
회사는 조기 처방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EAP)도 준비하고 있다. EAP는 생명에 위협을 주고 치료방법이 없는 질환의 환자에게 아직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제도다. 이를 거친 의약품은 출시 후 초기 시장에 침투하기 유리해진다.
미국을 기준으로 폰탄수술 환자 수는 7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메지온은 유데나필의 1인당 연간 약가를 최소 7만 달러(약 8300만 원)에서 최대 15만 달러(1억7900만 원)로 예상한다.
경구용 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에이치엘비도 FDA 허가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리보세라닙의 NDA는 미국 자회사 엘리바가 준비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엘리바가 아직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시점을 밝히기 어렵지만 2020년 상반기 중 NDA 신청을 예상한다”며 “조만간 정확한 시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내년 4월을 NDA 신청 시점으로 언급한 바 있다. 리보세라닙 역시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신속심사를 거쳐 내년 중에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올해 6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했던 에이치엘비는 3개월 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0)에서 결과를 뒤집었다. 회사는 종양의 완전한 소멸 사례 및 부작용 측면에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증명해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리보세라닙은 암 진행 없이 생존 연장을 나타내는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3차와 4차 치료 모두 명백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리보세라닙의 최종 승인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치료 시작부터 사망에 이르는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와 관련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5.78개월)이 기존 위암 3차 치료제인 론서프(5.70개월)와 옵디보(5.26개월)를 앞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보세라닙 투약군과 위약 대조군의 OS 격차는 0.65개월로 론서프(2.1개월), 옵디보(1.2개월)보다 눈에 띄게 낮다. FDA의 신약 허가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경쟁 약물보다 월등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에이치엘비는 위암 3차 치료제로서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을 자신하고 있다. 만일 3차 치료제가 아닌 4차 치료제로 허가받더라도 시장성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현지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허가 후 시판을 위한 준비도 병행 중이다.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위약 혼용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은 헬릭스미스는 내년 1분기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후속 임상 3상에 돌입한다. 2021년까지 임상을 완료하고 그해 하반기 FDA에 바이오의약품 시판허가(BLA)를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상 규모를 축소하고 신속한 결과를 얻어낼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헬릭스미스는 위약 혼용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년 1월 중 내놓을 계획이다. 2월에는 생명과학 분야의 손꼽히는 학회인 미국 키스톤 심포지엄에 참석해 VM202의 임상 내용 등을 발표한다.
임상 3상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부침을 겪은 바이오기업들은 확보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3상의 성공 확률은 절반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3상까지 막대한 투자비용은 물론 국내 대다수 신약개발기업이 후속 파이프라인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